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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 HD현대 제공 |
[대한경제=김희용 기자]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국내 조선업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주요 조선사 노동조합들이 임금 및 단체협상 과정에서 일제히 부분 파업을 벌였기 때문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조선사 노조 등으로 구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이날 각각 3시간∼5시간 동안 부분 파업에 들어갔다.
조선사 최대 노조인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시간 파업 지침을 내리고 울산 조선소 내 노조사무실 앞에서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노조가 요구안을 전달한 이후 4개월이 되도록 회사는 아무런 말이 없다”며 “제시안조차 없는 사측에 단호한 투쟁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HD현대삼호 노조도 오후 1시 30분부터 5시까지 3시간 30분가량 부분 파업에 가세했다.
한화오션 노조는 이날 오후 4시간가량 부분 파업을 벌였으며, 케이조선과 HSG성동조선 노조 등도 부분 파업에 동참했다.
HD현대미포 노조는 아직 쟁의권이 없는 상태로 참여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로, 오는 30일 조정중지 결정을 받을 경우 공동파업에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파업 대신 노조 집행부만이 참여해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조선업계 노조의 공동 파업은 올해 임단협 교섭이 난항을 겪으며 좀체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현실화됐다. 노사는 여름휴가를 마치고 이달 중순 협상을 재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업계가 모처럼 호황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그동안 미진했던 처우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기본급 15만9800원 정액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명절비 인상 △정년 연장 △임금피크제 폐기 △승진거부권 도입 등을 요구한다.
한화오션 노사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조건을 놓고 이견이 크다. 노조는 지난해 한화그룹 인수 당시 사측이 약속한 RSU 방식의 성과급 300% 지급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발생하진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 조선소 관계자는 “사전에 공정 관리 등을 통해 미리 대비해왔으며, 각 현장에 투입돼 있는 많은 협력사들의 작업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전체 공정 관리엔 크게 차질이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번 파업이 경고성 파업의 성격을 띄고 있다는 점이다.
노조 측은 이날 이후 임단협 협상에서 진전된 논의가 없을 경우, 추가적인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선노연 측은 “이번 경고파업 뒤에도 사용자가 별다른 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다음달 4일과 9일 울산과 거제에서 조선소 노동자들이 모여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업계에선 파업이 길어질 경우, 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국내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ㆍ삼성중공업ㆍ한화오션) 업체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사업장 평균 가동률은 105.2%로, 최근 5년 내 최고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넘치는 일감을 소화해내기 위해 조선소를 ‘풀가동’하는 상황에서 파업이 반복될 경우엔 생산 차질은 물론, 자칫 업황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고도로 전문화된 산업인만큼, 한번 무너진 생태계를 재건하는 데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면서 “약 10여 년간의 암흑기를 지나면서 최근 들어 겨우 수익을 내기 시작한 상황인 만큼, 우호적인 업황을 이어가기 위해선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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