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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심상치 않은 10월 재보궐선거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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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09 17:42:42   폰트크기 변경      

재보궐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은 통상 높지 않은 편이다. 투표 참여율도 낮은 편이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재보선 결과는 무시하기 어려운 폭발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근혜, 안철수, 박원순 등 정치계 거물들이 재보선을 통해 정계에 입문해 상당한 파급력을 가졌었다.

박근혜 전대통령은 대구달성에서 1998년 4·2 재보궐선거로 국회 입성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연합정권에 밀려 있던 상황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거대 야당의 존재감을 확인해 준 선거였다.

당시 한나라당은 탈당과 분열 위기에 놓였으나 박근혜 후보 당선으로 위기를 넘겨 후일을 기약할 수 있었다.

2011년 8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됐다. 오세훈 시장의 자발적 사퇴로 인해 서울시장 자리를 야당에게 빼앗겼으며 당시 이명박 정권 입장에서는 상당한 타격이었다.

서울시장 자리를 박원순 전시장이 사고로 떠날 때까지 보수진영이 회복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무상급식 논쟁에서 촉발된 복지정책 아젠다에서 중도층이 보수진영을 떠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야권의 박원순과 이재명이라는 걸출한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당원모집과 관리가 본격화되는 시작점을 만들기도 했다. 기성 정치인이 아닌 자치단체장의 조직관리는 매우 효율적이었다. 단체장으로서 인사권과 집행권은 시민단체의 양성화와 제도권 진입 속도를 강화했으며 이는 박근혜 정권 탄핵세력 형성에 상당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오세훈 시장이 보수진영의 따가운 눈초리를 지금까지도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재보선로는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선이 있었다. 당초에는 그리 눈길을 끌지 못한 선거였다. 워낙 민주당 강세가 두드러진 지역이고 구청장 선거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보궐선거 원인 당사자인 김태우 전구청장을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 국민의힘이 공천함으로써 ‘윤석열 대 이재명’ 더 나아가 ‘윤석열 정권 심판론’이 이슈로 떠올랐다. 결과는 국민의힘 참패였고 이로 인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불명예 사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석열 정권 임기 1년 반 지난 시점에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윤석열 정권의 취약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물론 다음 해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대패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올해 10월 16일 인천 강화군수와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선이 예정돼 있다. 전남 곡성과 영광군수 선거도 있으나, 아무래도 여권에게 전통적으로 유리한 지역의 수성이 가능한지에 시선이 쏠려 있다.


당초 기초지방단체장 선거라서 그다지 중량감은 높지 않았다. 그런데 상황이 반전됐다. 조희연 전 교육감이 낙마해 서울교육감 보궐선거를 함께 실시하게 된 것이다. 서울 전역이 선거판으로 바뀌게 됐으니 선거 결과 파장을 장담하기 어렵다.

벌써부터 진영 간의 신경전이 무섭다. 진보교육감 출마예정자인 곽노현 전교육감은 “뭐래도 이번 교육감 보궐선거는 큰 탄핵의 강으로 가는 ‘징검다리 진검승부의 장’”이라고 규정하며 교육감 후보답지 않은 정치투사로서 전의를 불태웠다.

국민의힘 출신인 조전혁 교육감 출마예정자는 “서울교육의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한다”며 “좌파세력에 의해 황폐화된 교육현장을 정화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비난으로 보수진영의 단합을 외쳤다.

서울교육감과 인천 강화·부산 금정 보궐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돌이킬 수 없는 ‘경우의 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 여권이 선거구에서 모두 패한다면 한동훈 체제의 유지 가능성 자체가 도전받을 수 있다. 물론 여당과 정치적 운명공동체인 윤석열 정권의 남은 임기 보장 문제도 본격적인 이슈로 떠오를 수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10월 재보선을 대비해 윤석열 정부와 어떤 차별화를 해야 할지, 거리감을 어느 정도 둬야 할지가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정당은 미래권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권력에 안주할 수는 없다. 때문에 재보선 결과에 따라 대통령 탈당과 중립내각 요구가 여권에서 터져 나올 수도 있다. 기실, 여당이 현직 대통령을 내팽개친 사례가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10월 재보선 이후가 심상치 않다.


이문성 칼럼니스트(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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