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에 전기차 캐즘 장기화
투자ㆍ경영환경 등 불확실성 커져
조직 슬림화ㆍ비용 절감 등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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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재계가 비상경영 고삐를 다시 바짝 죄고 있다. 미국 등 글로벌 경기침체로 투자ㆍ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영전략 비상회의뿐 아니라 조직 슬림화와 비용절감 카드까지 꺼내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9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6개 그룹이 경비 절감, 인원 감축 등 한층 강화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호실적을 지속해온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삼성, SK, LG 등 주요 그룹은 주력 계열사별로 비상경영을 이어가고 있으며 포스코와 롯데, HD현대 등도 ‘위기 극복’ 총력전에 나섰다.
고환율ㆍ고금리ㆍ고물가 등 ‘3고(高)’와 함께 미ㆍ중 반도체 등 패권경쟁 과열, 11월 미국 대선, 9월 일본 총리 선거를 비롯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중국 경기 침체 장기화 등 불확실한 복합 악재에 따른 여파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올 상반기 1000% 넘게 실적을 끌어올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마저 ‘위기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7조5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201.52% 늘었고,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영업손실에서 올해 8조354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실적 호조에도 두 기업은 모두 ‘비상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 임원 대상 주 6일제를 공식화한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 출장 인원을 최소화했고, SK그룹은 토요 사장단회의 부활에 이어 지난 7일에는 최태원 회장 주재로 글로벌 경영환경 점검 회의까지 열어 미래 첨단산업 대응책을 모색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KB증권은 9일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13만원에서 9만5000원으로 내려 잡았고, 현대차증권도 기존 11만원에서 10만4000원으로, DB금융투자는 기존 11만원에서 10만원으로 각각 눈높이를 낮췄다.
이날 주가 역시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로 ‘9만 전자’를 기대하던 삼성전자는 6만7000원대까지 떨어졌고, SK하이닉스도 15만7000원대로 주저앉았다.
전기차 캐즘 여파로 SK온에 이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2차전지 업계도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다. LG전자와 롯데케미칼 등도 일찌감치 기존의 출장 예산을 20% 축소하는 등 비상경영에 나섰다.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도 최근 주요 15개 계열사 사장단 20명과 긴급 회의를 열어 기존 경영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 특히 통상적으로 9∼10월 시작했던 내년 경영계획 수립도 앞당겨 추진하기로 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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