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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기술유출과 사생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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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12 05:00:49   폰트크기 변경      

현대인의 모든 생활은 전산망을 통해 촘촘하게 ‘로그(log)’를 남긴다. 첨단 산업기술을 다루는 직종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출근 뒤 개인메일 사용이 모니터링 되고, 보안앱을 통해서 카메라ㆍ마이크 등의 접속 및 활성도 통제된다. 소프트웨어로 제어할 수 없는 스마트폰은 봉인지를 통해 물리적으로 촬영 및 녹음이 차단된다. 회사에서 업무 관련 문서 한 장도 임의로 들고 나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유출은 상상을 초월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우리나라도 국가 핵심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산업 스파이’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고, 기업 스스로 자체 감시망을 더 조이고 있지만 역부족인지 기술유출은 심심치 않게 터진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기업의 ‘기술’인데, 경제 안보 차원에서 국부를 유출시킬 수 없도록 2중ㆍ3중 보안은 필수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산업보안’의 범위를 어디까지 둬야 할지 경계가 불분명해지면 논란이 생긴다. 정부나 기업이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오로지 ‘국익 보호를 위한 기밀유출’ 방지에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기술유출과 개인정보보호의 경계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최근 삼성디스플레이의 웹캠 감시 시스템 도입 사례는 이 같은 질문을 던져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달부터 ‘웹캠’으로 재택근무자(파견근무자, 해외출장자도 포함)의 얼굴을 인식해 업무 프로그램에 접속하는 시스템을 도입을 하려다 보류했다. 사측은 “최근 주요 기업 전반에 기술 탈취 사고가 이어지고 있고, 기술 탈취가 기업에 큰 타격으로 이어져 사전 예방 조치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원격 근무 시 이미 해당 PC화면 녹화 등 컴퓨터 사용 기록이 저장되고 있다”면서 “제도가 도입될 경우 웹캠을 통한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사측의 설명대로 CCTV처럼 직원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안면인식’이 접속되면 아예 화면이 닫혀버리는 방식이라 해도, 시행할 경우 직원들의 반발을 불식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하는 동안 누군가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본다면, 불편함을 넘어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한다는 인권 침해 비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기술유출’은 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혁신적인 기술이 경쟁사의 손에 들어가는 순간, 수년간의 연구와 투자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러나 기업은 보안과 개인정보보호 사이에서 반드시 균형을 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기술과 인권은 상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유출을 막는 보안과 프라이버시 침해 사이에서 현실적인 대안을 고민할 때다. 기술을 특허로 등록하는 것 등이 기술유출을 막는 예방법 중 하나가 되듯, 기술과 제도의 고도화를 통해 인권을 보호할 방법을 찾는 것은 기업의 책무이자 사회적 과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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