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서울 아파트 값이 이번 주 다시 고개를 들었다. 정부가 ‘8ㆍ8 부동산 공급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째를 넘긴 가운데 강화한 대출 규제가 지난 주 본격 시행됐지만 4주 만에 상승 폭을 확대한 것이다. 일각에선 8ㆍ8 대책 이후 부동산 시장이 진정되고 있다는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의 진단이 머쓱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도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사진:한국부동산원 제공 |
1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9월 둘째 주(지난 9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3% 오르며 25주째 연속 올랐다. 오름세가 최근 3주간 둔화했다가 다시 커졌다. 실제 서울 아파트 값은 올해 3월 넷째 주(0.01%)부터 꾸준히 오르면서 ‘불장’이었다. 8월 둘째 주(0.32%)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찍었다. 이어 셋째 주 0.28%, 넷째 주 0.26%, 이달 첫째 주 0.21%로 최근 3주 연속 오름 폭이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4주 만에 보폭을 넓힌 데는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등 주요 지역 일부 재건축, 신축 단지 중심으로 신고가 계약이 잇달아 체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역별로 서초구(0.44%), 성동구(0.41%), 송파구(0.35%), 용산구(0.34%), 광진구(0.34%), 강남구(0.31%), 마포구(0.29%), 영등포구(0.25%) 등이 서울 평균 상승 폭을 웃돌았다.
인천(0.13%→0.1%) 오름 폭이 낮아진 가운데 경기(0.1%→0.13%)는 오름세를 유지하며 수도권(0.14%→0.15%) 상승 폭도 커졌다. 반면 지방은(-0.01%)은 전주(-0.02%)와 비교해 낙폭이 줄었지만 하락세가 여전했다. 5대 광역시가 0.02% 하락한 가운데 세종은 0.09%나 떨어졌다. 8개도는 보합(0%) 전환했다. 이로써 전국 아파트 매매가는 0.07% 올라 전주(0.06%)보다 상승 폭이 소폭 높아졌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최근 대출 환경 변화와 가격 급등 피로감으로 매물 소진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면서도 “일부 재건축 단지와 신축 선호 단지 중심으로 신고가 계약이 체결되면서 전체 상승 폭이 소폭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 |
전문가들은 부동산 대책과 강화한 대출 규제가 조금씩 시장에 반영되면서 매맷값이 다소 조정될 수 있지만, 주택 공급난을 일거에 해소하기엔 대책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어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시행에도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값 상승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는 “당분간 아파트 공급이 감소하고 재개발ㆍ재건축도 공사비 등 건설 단가 급등으로 지금보다 싼 가격에 공급하기 어렵다”면서 “특히 금리가 지금보다 높아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가격이 계속 우상향할 것이란 기대감이 수요를 자극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선 박 장관이 지난 9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정부의 공급대책 발표 때문인지, 7∼8월 계절적 비수기 영향인지 속단하기 어렵지만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한 것과 관련, 시기상조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하지만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불안하다’, ‘급등한다’란 평가나 표현은 없었으니 정부 입장에선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3주 만에 오름 폭(0.15%→0.17%)을 키웠다. 지방은 보합(0%)을 유지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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