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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싱가포르가 부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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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19 06:00:38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정회훈 기자] “우리나라에도 이런 상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달 초 싱가포르 BCA(건설청)가 주최한 ‘2024 올해의 프로젝트’ 시상식에 다녀온 이승환 센엔지니어링그룹 부사장은 상기된 목소리로 부러움을 나타냈다.

BCA 올해의 프로젝트는 △주거용 △상업/복합개발 △산업용 △기관 △토목/인프라 등 5개 부문으로 나뉘어 혁신적인 프로젝트에 대해 시상하는 것으로, 센엔지니어링그룹은 산업용 프로젝트인 ‘JTC 물류 허브’에 자사의 ‘선조립 합성공법’을 제공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2022년부터 시상한 올해의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환 부사장은 시상식에서 두 번이나 감동했다고 전했다. 먼저 싱가포르 국가개발부 차관 겸 재무부 차관으로부터 직접 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이 부사장은 특수구조물 설계ㆍ제작ㆍ시공사 자격으로 발주자인 JTC(주롱도시개발공사)를 비롯해 시공사인 킴리 인스트럭션, 건축설계 총괄인 AWP, 원구조설계사인 마인하트 등과 함께 수상 무대에 올랐다. “발주자, 시공사, 설계사 등을 각기 다른 자리에서 별도 시상하는 우리와 사뭇 달랐다. 특수구조물까지 챙겨준 게 너무 신선했다”는 전언이다.

두 번째 감동은 시상식 후다. 시상식은 싱가포르의 세계적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샌즈에서 열렸는데, BCA는 코스 만찬을 준비해 수상자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기념촬영으로 끝나는 우리와 달리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코스 음식도 훌륭했다.” 수화기 너머 이 부사장의 목소리는 ‘대접을 받는다’에서 더욱 커졌다.

직접 상을 받고 근사한 만찬을 먹었다고 부러운 게 아니었다. 이 부사장이 느낀 감동의 크기는 ‘대접을 받았다’에 있었다. 그리고 그 대접은 엔지니어로서의 대접을 칭한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싱가포르는 모든 면에서 글로벌 선진국에 견줄 수 있는 아시아 대표 국가다. 건설산업도 마찬가지다. 발주방식에서부터 최근 유행하는 스마트건설기술까지 아시아를 통틀어 프론트에 위치한다. 까다롭기 소문난 싱가포르 발주처로부터 인정을 받았다면, 세계 어디에서 통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 부사장 입장에선 그런 싱가포르가 외국 업체 엔지니어를 자국 기업과 동등하게 대우해 준 건설문화가 신선하고 부러웠을 법했다.

센엔지니어링 그룹은 올해 한국과 싱가포르 공동 R&D(연구개발) 과제에 지원해 오는 10월 말 발표를 앞두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해당 과제를 BCA 고위 공무원의 참여의향서를 받아 지원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싱가포르 공무원은 군림하기보다 좋은 기술이 있으면 어떻게든 시장에서 사용하기 쉽게 장려하고 도와주려는 마인드가 상당히 강하다”고 언급했다.

불현듯 지난달 19일 제도 시행 이후 무려 35년 만에 건설신기술 1000호가 탄생했는데도, 기념식은커녕 보도자료 배포 없이 지나간 우리 건설문화가 떠올라 씁쓸하다.

건설기술부장 h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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