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체코 공식 방문을 위해 출국하며 환송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조성아ㆍ강성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독대가 사실상 무산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3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한 대표가 요청한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 대해 “별도로 협의할 사안인 듯하다”고 밝혔다.
또 “내일은 신임 지도부 격려하는 자리로 보면 될 것”이라며 24일 여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 전 윤 대통령과 별도 회동을 갖게 해달라는 한 대표의 요청에 선을 그었다.
만찬 전 독대가 아닌 추경호 원내대표 등을 포함한 핵심 수뇌부 간 차담회 등 형식으로 진행될 것이란 일각의 관측도 대통령실은 일축했다.
다만 “독대라는 것이 내일 꼭 해야만 하는, 성사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추후 별도 추진 여지는 남겼다.
한 대표와 대통령실 사이 입장차가 표출된 의료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이미 입시가 시작돼 백지화가 불가능하다. 2026학년도부터는 의료계가 합리적 안 제시하면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여야의정협의체에 대해선 “조속히 가동하겠다는 것에 당정이 같은 마음으로 협력하고 있다”며 “정부는 당과 협조하며 의료계가 신속하게 대화의 장에 나올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거부로 독대가 불발되면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미묘한 긴장감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외부에 유출된 것을 놓고 당내에서 엇갈린 입장이 나오고 있다. 친윤계를 중심으로는 한 대표를 통해 독대 요청 사실이 알려졌다고 판단하며 이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반면, 친한계는 독대 요청이 공개되는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권성동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독대의 가장 큰 목적은 중요 현안에 대한 정부ㆍ여당의 정리된 의견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만나기도 전에 독대 요청을 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항상 이견이 조율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독대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한 대표 측은 언론플레이가 너무 잦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에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독대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쇼에 불과하다”며 “독대는 그렇게 떠벌리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력자에 기대어 정치하지 말고 당원과 국민들에 기대어 정치하라”면서 “당 대표가 분란의 중심에 서면 여권은 공멸한다”고 했다.
그러나 친한계는 독대 요청이 공개되는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장광재 대변인은 한 유튜브 채널에서 “우리가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인사들은 지도부 인사 중에서도 소수인데, 그분들이 어느 언론에도 이 사실을 확인해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앞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24일 만찬 회동을 통해 추석 민심을 점검하고, 개혁과제와 민생 현안 등을 논의하는 폭넓은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정 갈등 상황과 의대 증원,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직면한 현안들이 여전히 평행선인 가운데, 독대 불발로 인한 ‘불편한 만찬’으로 오히려 불통의 벽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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