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객실 벽에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 알렉스 카츠와 데이비드 걸스타인, 김창열, 박서보, 이숙자, 김병종 씨의 그림이 걸린다. 화장실의 욕조 안에 올려놓은 신재환의 조각은 마르셀 뒤샹의 작품 '변기'를 연상시킨다. 소파, 화장대, 콘 솔에도 비치된 그림과 사진도 아기자기하다.
고급 숙박휴양 시설로만 여겨졌던 호텔 객실에 미술품들이 빼곡이 들어찬다. 새로운 형태의 미술 장터 '호텔 아트페어'다.
미국 뉴욕이나 마이애미,독일 베를린, 영국 런던에서 수년 전부터 시도된 행사다. 일반 아트페어와 달리 현대미술이 주거 공간이나 사무실과 어떻게 조응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지난해 서울 JW 메리어트호텔 열린 '플라스(PLAS) 호텔 아트페어 쇼’ 를 찾은 관람객들이 객실에 걸린 작품을 살피고 있다. 사진=조형아트서울 제공 |
다음달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고속터미널 JW 메리어트호텔 17~18층에서 펼쳐지는 '플라스(PLAS) 호텔 아트페어 쇼’는 전시공간의 고급화를 꾀한 이색적인 미술장터다. PLAS(조형아트서울)사무국이 주최하는 세 번째 행사로 한국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 등 4개국 화랑 40여곳이 참여한다.
◆국내외 작가 230명 작품 1200점 출품
'폴 인 미(Fall in 美)'를 주제로 한 이번 행사에서는 40여개의 객실에서 작가 230명의 작품 1200여점을 전시 판매한다. 국제아트페어지만 국내 화랑이 30여곳이나 된다.
국내에서는 갤러리 가이아, 웅갤러리, 맥화랑, 갤러리 비엔에스, 갤러리 초이 등이 부스전을 열고 색다른 작품으로 판매경쟁을 벌인다.
갤러리 가이아는 김병종의 ‘생명의 노래’를 비롯해 이스라엘출신 미국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 부라질 팝아티스트 로메로 브리토, 미국의 스타작가 알렉스 카츠 등의 그림을 펼쳐 보인다. 웅 갤러리는 정다운 장광범 김용경 씨 등 이머징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본화랑은 김노유진을 비롯해 김윤경 김종규 김찬중 이예림 등 전속 작가들의 작품을 건다.
맥화랑은 신표현주의 경향의 작가 문형태의 작품과 강은혜, 김현수, 박진성, 오순환, 청신, 최례, 태우, 허문회 씨 등 10여명의 작품 30여점을 배치한다. 갤러리 비엔에스는 테즈킴의 신작, 갤러리 초이는 국대호 김혜미 박재영 신선애 이해나 등 5명의 근작 30여점을 내놓는다.
일본 화랑 중에는 고메이샤 갤러리가 마유와산와 수샤구사토 등의 작품을, 대만의 JP아트센터는 슈로우린과 브렌다 린의 최근작들, 인도네시아 갤러리도 각각 특색있는 작품들을 출품한다.
'플라스(PLAS) 호텔 아트페어 쇼’에 출품될 그림들. 사진=조형아트서울 제공 |
◆놓칠 수 없는 특별전
국내외 현대미술의 경향을 탐색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획전도 시원시원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입체 작품 크기와 가격대별로 3개의 특별전이 눈에 띤다. 먼저 그림같은 3차원 입체적인 작품들로 구성된 특별전에는 감현서 김희진 이기라 최창임 박수진 등 5명이 참여해 1m가 넘는 조각을 전시한다. 스포이드를 비롯해 목판화, 와이어를 통한 입체작업 등 다양한 제작기법이 동원된 작품들이다. 공공조형물이 필요한 기업들을 위한 견본 조각 형식으로 기획했다. 신원준 조형아트서울 대표는 “관람객들이 3차원의 입체 작품을 접함으로 예술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기업과 작가의 소통의 장을 마련해 실제로 조각 작품을 보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기획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역량 있는 조각가들의 작품을 모은 특별전도 주목된다. 김민지 백종은 송병권 신재환 이병수 이재용 등이 참가해 돌과 유리, 레진을 활용한 이색적인 작품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출품작을 통해 한국 조각예술의 최근 흐름과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수 있다.
유리공예작가 김선우의 특별전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선우는 유리라는 재료를 사용해 투명함과 빛의 반사, 굴절을 형상화한 게 특징이다. 생명체의 진화를 담아내는 보존력, 형태의 유기적인 면, 퇴적되며 진화해온 유기체들을 퇴적층처럼 표현한 근작 10점을 내보인다.
이밖에 지난 5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조형아트서울 2024에서 인기투표로 선발된 인기 신진 작가 5인의 작품도 관람객을 맞는다.
손성례 운영위원장은 "관람객들은 비공개 휴식 공간인 객실이 완전히 개방된 상태에서 예술품을 감상하고 작가와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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