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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열차에서 우리 가락과 와인에 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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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09-26 13:11:37   폰트크기 변경      

지역소멸 막기 위한 코레일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
열차 내에서 국악과 판소리 공연 즐기며 영동 와인 시음
영동군 인구 4만명으로 소멸위기 당면 과제
관광열차 통해 작년 4만명 넘는 관광객 유치
영동군, 내년 전세계 첫 세계국악엑스포 개최 사활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의 모습(사진:이재현 기자)

[대한경제=이재현 기자]충청북도 영동군은 한때 충북 지역에서 가장 많은 인구수를 자랑했다. 그러나 젋은 층의 이탈과 고령화, 초저출산이 겹치며 2014년 5만명대이던 영동군의 인구는 4만명대로 줄었다. 지역소멸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당면한 과제가 됐다.

이런 영동군이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 관광객을 유입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시작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관광열차가 운행되면서다.

국내 유일의 포도·와인산업 특구로 지정된 영동군은 대한민국 와인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와인1번지’이다. 또 영동군 조선 전기의 문신 난계 박연이 태어난 곳으로 국악의 고장이다.

이러한 특색을 살려 코레일은 지난 2018년 2월 와인과 국악을 접목한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를 선보였다.


코레일이 관광 활성화를 위해 운행중인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사진:이재현 기자)


지난 24일 오전 서울역에 승강장에는 포도를 상징하는 보라색과 와인의 붉은색을 접목한 열차가 출발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원 245명을 모두 채우고 오전 8시 50분 서울역을 출발한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의 객실은 일반 열차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모든 좌석이 2명, 4명씩 마주보고 앉게 된 자리 사이 테이블에는 영동에서 재배한 샤인머스캣으로 만든 화이트와인과 간단한 안줏거리가 마련됐다.

이윽고 열차가 출발하자 국악인 박혜정 씨가 객실 가운데 마련된 무대에 올랐다.

박혜정 씨의 “얼씨구절씨구”라는 건배사에 승객들은 와인잔을 들고 “지화자 좋다”로 화답했고 객실은 구성진 민요와 국악 공연이 시작됐다.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내 객실에서 소리꾼 최한이 씨의 판소리 공연 모습(사진:이재현 기자)


박혜정 씨의 무대가 끝나자 곧이어 소리꾼 최한이 씨의 판소리공연이 펼쳐졌다. 촤한이씨는 넉살스러운 진행으로 탑승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또한 사회자의 영동군 소개에 이어 단체 가위바위보 게임 등 레크레이션이 펼쳐지며 서울역에서 영동역으로 이동하는 2시간 50분의 시간을 풍성하게 채웠다.

열차에 탑승한 한 승객은 “평생 일반 기차만 타봤는데 와인을 마시며 국악을 즐기니 그 어느때보다 여행이 즐거웠다”며 “여기에 오래된 친구들와 와인까지 곁들이니 이보다 더 좋은 여행이 있을까 싶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코레일은 공연이 펼쳐지는 이벤트칸과 함께 동승자들과 조용히 와인을 즐기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열차 내 ‘바(Bar)’ 형태의 객실과 일반 객실도 함께 마련했다.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의 입소문이 퍼지자 영동을 방문하는 승객도 늘어나고 있다. 총 7량(객실 6량)으로 주 2~3회 운행하는 이 열차는 2022년 2만4536명, 지난해에는 4만1288명이 탑승했다.

매년 늘어나는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 탑승객은 영동군의 지역관광으로도 이어지며 농가 및 소상공인들의 소득 향상으로도 이어진다.

오전 11시 30분 영동역에 도착해 버스로 약 10분여를 달려 점심식사를 위해 ‘와인코리아’라는 와이너리에 도착했다.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에 제공된 샤인머스켓 와인(사진:이재현 기자)



와인코리아는 1996년 국내 최초로 설립된 기업형 와이너리로 양조시설과 함께 식당이 마련돼 있다. 이날 식사는 오리 로스구이와 영동 마니산에서 이름을 딴 ‘샤토 마니’ 와인이 마련돼 있었다.

이처럼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로 관광객 유입이 크게 늘어나자 영동군도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내년 개최 예정인 ‘2025 영동세계국악엑스포’다. 전세계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될 예정인 영동세계국악엑스포는 내년 9월 12일부터 10월 11일까지 30일간 영동군 힐링관광지 일원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에는 국악은 물론 세계 전통음악의 공연과 함께 각종 체험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국악엑스포 조직위원회는 30개국, 관람객 1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다.

아울러 영동군은 관광 활성화를 위해 2014년부터 175만여㎡의 부지에 2850억원을 들여 ‘레인보우 힐링 관광지’도 조성중이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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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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