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차기 총리에 오르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일본의 여당인 자유민주당의 신임 총재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27일 선출됐다. 그는 ‘4전5기’ 끝에 일본 총리 자리까지 오르게 됐다.
이날 오후 실시된 자민당 총재 선출 결선 투표에서 이시바 전 간사장은 215표를 획득해 194표를 얻은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를 누르고 총재로 당선됐다. 그는 결선 투표에 앞서 실시된 1차 투표에서는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역전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난 2008년을 시작으로 2012년, 2018년, 2020년까지 네 차례 총재 선거에 도전했다가 모두 쓴잔을 마셨지만, ”마지막 도전”이라고 결기를 다진 이번 선거에서는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일본 임시국회에서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의 후임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그는 세습 정치인으로 아버지 이시바 지로는 관료 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입문해 돗토리현 지사, 자치대신 등을 역임했으며, 할아버지 역시 돗토리현 지사와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게이오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몇 년간 은행원으로 지내다가, 아버지 사망 후 정계 거물이자 아버지 친구인 다나카 가쿠에이 권고로 1983년 다나카 파벌 사무소 근무를 시작으로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어 29살이던 1986년 돗토리현에서 출마해 당시 최연소 중의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현재 12선 의원이다.
그는 2008년부터 자민당 총재 도전에 나섰고, 당시엔 아소 다로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면서 가볍게 승리했다. 이후 2012년과 2018년에는 아베 신조와 맞섰고, 2020년에는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와 경쟁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언젠가부터 일반국민 여론 조사에서는 늘 차기 총재 후보감 1, 2위로 꼽혀왔고 지방 당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실제 2012년에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주요 파벌 수장 의 ‘오더’가 좌우하는 결선 투표에서 아베에게 밀렸다.
파벌 정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절치부심하다가 2015년 스스로 ‘수월회’라는 이름의 군소 파벌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6년 뒤 해체했다. 아베 정권 초기에는 내각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2016년부터는 각료나 당직을 받지 않고 아베 정권에 비판적 입장을 꾸준히 표명하면서 ‘쓴소리꾼’으로 평가받았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특히 한일 역사 문제에 있어서는 우익 세력과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2019년 8월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이후 자신의 SNS에 독일의 전후 반성을 언급하며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실었다. 한해 전인 2018년 11월에는 와세다대 강연 도중 “일본이 한국을 합병한 역사를 인식해야 한다”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대응 때 이런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참배도 해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개선해 온 양국 관계를 최소한 양국간 역사문제 때문에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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