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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에너지의 스태킹 설비. 이미지: 필에너지 제공 |
[대한경제=이계풍 기자] 배터리 열폭주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정밀한 스태킹(Stackingㆍ적층)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스태킹이란 양극, 음극,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층층이 쌓아올리는 배터리 핵심 공정이다. 배터리 소재는 마치 휴지처럼 얇고 잘 휘어지는 특성상 적층이 어려울뿐더러 쌓아올리는 과정에서 작은 틈만 생겨도 배터리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고도화된 기술력이 요구된다.
필에너지는 국내 최고 수준의 스태킹 설비 제조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휴지 몇 장을 겹친 두께에 불과한 전극을 장당 0.5초에 불과한 빠른 속도로 4㎝ 높이까지 쌓아올릴 수 있는 기술력 덕분이다. 필에너지 관계자는 “국내에서 전기차용 중대형 각형 배터리 생산에 쓰이는 스태킹 설비 제조사는 필에너지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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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에너지 CI. 이미지: 필에너지 제공 |
필에너지는 디스플레이 전문업체 필옵틱스의 자회사로 지난 2020년 물적 분할을 통해 설립된 이차전지 장비 전문업체이다. 스태킹 설비와 탭을 형성하는 ‘레이저 노칭(Laser Notching)’ 등이 주력 제품이다.
필에너지는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의 선택을 받은 곳으로도 유명하다. 삼성SDI는 필에너지 지분의 약 14%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과거 삼성SDI가 자사에 설비를 납품하던 필옵틱스에 별도 자회사 설립을 제안하면서 물적 분할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필에너지는 전기차 캐즘(Chasmㆍ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시장 전체가 부진한 가운데에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를 넘어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으며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필에너지의 올 2분기 매출은 942억원, 영업이익은 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79% 증가했다.
특히 전년도 수주한 2595억원 규모의 설비 물량이 올 상반기에 대부분 생산을 마치고 본격적인 출하를 앞둔 만큼 하반기 실적은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필에너지는 최근 극판 전공정을 마친 극판 릴을 46파이(지름 46㎜ 배터리) 원통형 배터리 형태로 말아주는 ‘와인더(권취기)’를 출시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 등이 도입하고 있는 차세대 배터리로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들이 투자를 늘리는 분야다. 필에너지는 지난 6월 독일 뮌헨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에서 해당 제품을 처음 선보인지 한 달여 만에 유럽 배터리 제조사로부터 제품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배터리 기술의 패러다임 변화도 필에너지에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최근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ㆍSK온ㆍ삼성SDI)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었다. 주력 제품인 삼원계(NCM) 배터리와 비교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화재 위험이 덜하고 수명이 긴 LFP 배터리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선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필에너지 관계자는 “LFP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존 라인에 투입됐던 설비를 대부분 교체해야 한다”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이어 삼성SDI까지 LFP 배터리 개발에 착수한 만큼 조만간 대규모 설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계풍 기자 kp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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