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무분별하게 기업인을 국감장으로 줄소환하는 구태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다음 달 7일부터 시작하는 22대 국회 첫 국감을 앞두고 산자중기위는 산업기술유출 문제를 따져보겠다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경영진을 국감 참고인으로 의결했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 영풍, 고려아연 경영책임자들도 증인 명단에 포함됐다. 현대자동차 사장이 대기업의 중견ㆍ중소기업 교란 문제로 증인 채택됐다. 한화솔루션 큐셀부문 대표는 음성공장 해외이전과 관련해 참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감은 근거 법에 따라 국정전반에 관해 감사를 실시하는 것이지만, 감사대상으로 국가기관, 광역지자체의 국가위임사무 및 보조금 지원사업, 공공기관 등이 규정돼 있다. 민간기업에 대해선 해당 사항이 전혀 없다. 그럼에는 국회는 실낱같은 국정 관련성을 내세워 기업인들을 소환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 공장 해외이전 등이 국정과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기업인 소환은 경영진을 백안시하는 민주당에 의해 많이 이뤄져왔다. 국민의힘의 협상력이 살아 있다면 논의과정에서 수위조절이 이뤄졌겠지만, 작금의 ‘거대야당’ 체제에선 야당의 일방적인 요구가 그대로 관철되는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정작 국감에 출석하더라도 생산적 문답과는 거리가 멀다. 의원은 원하는 답변을 얻어내기 위해 증인을 몰아세우고 호통치면서 증인에게는 말을 자르거나 발언 기회를 차단하는 등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감은 제도 취지 상 국회의 대정부 견제 수단이다. 정책과 관련된 기업 활동에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면 기업을 감독하는 행정기구를 국감 대상으로 삼는 게 원칙에 맞는다. 기업경영과 기업인이 터무니없는 논리로 폄훼되고 망신당하면 기업가정신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 대외 신인도에 타격을 입혀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정치권은 유념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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