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신임 총재가 지난달 27일 선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자민당 총재가 1일 총리로 공식 선출됐다. 일본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은 이날 각각 본회의 총리 지명 선거를 열고 이시바 총재를 제102대 총리로 선출했다.
이시바 신임 총리는 이날 오후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총리 임명장을 받는다. 이어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이날 오후 이시바 내각 각료 명단을 발표하면서 이시바 내각이 정식 출범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총재 임기가 만료함에 따라 기시다 내각은 이날 오전 총사퇴했다.
이시바 총리는 앞서 지난달 27일 실시된 자민당 총재 선출 결선 투표에서 215표를 획득해 194표를 얻은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를 누르고 총재로 당선됐다. 그는 결선 투표에 앞서 실시된 1차 투표에서는 다카이치 경제안보상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결선 투표에서 역전했다. 2008년부터 이번 선거까지 다섯 차례 총재 선거에 도전한 끝에 드디어 당 총재와 총리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시바 총리는 세습 정치인으로 아버지 이시바 지로는 관료 생활을 하다가 정계에 입문해 돗토리현 지사ㆍ자치대신 등을 역임했으며, 할아버지 역시 돗토리현 지사와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다.
그는 게이오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몇 년간 은행원으로 지내다가, 아버지 사망 후 정계 거물이자 아버지 친구인 다나카 가쿠에이 권고로 1983년 다나카 파벌 사무소 근무를 시작으로 정계에 발을 내디뎠다. 이어 29살이던 1986년 돗토리현에서 출마해 당시 최연소 중의원 의원으로 선출됐다. 현재 12선 의원이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2008년부터 자민당 총재 도전에 나섰고, 당시엔 아소 다로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하면서 가볍게 승리했다. 이후 2012년과 2018년에는 아베 신조와 맞섰고, 2020년에는 스가 요시히데, 기시다 후미오와 경쟁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언젠가부터 일반국민 여론 조사에서는 늘 차기 총재 후보감 1, 2위로 꼽혀왔고 지방 당원들 사이에서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실제 2012년에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주요 파벌 수장 의 ‘오더’가 좌우하는 결선 투표에서 아베에게 밀렸다.
파벌 정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절치부심하다가 2015년 스스로 ‘수월회’라는 이름의 군소 파벌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다가 6년 뒤 해체했다. 아베 정권 초기에는 내각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2016년부터는 각료나 당직을 받지 않고 아베 정권에 비판적 입장을 꾸준히 표명하면서 ‘쓴소리꾼’으로 평가받았다.
이시바 총리는 특히 태평양 전쟁 당시의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한일 역사 인식의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지난 2019년 8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 때는 자신의 SNS에 “일본에도 한국에도 오부치 게이조 총리ㆍ김대중 대통령 시대 같은 좋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개선해 온 양국 관계를 최소한 양국 간 역사 문제 때문에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독도 영유권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이시바 총리도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획기적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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