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 공개매수가격 83만원으로 인상
최윤범 회장 측과 조건 동일…매수기간 오는 14일까지로
고려아연, 자금여력 1.5조…공개매수가격 인상 가능성도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연합ㆍ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이하 MBK연합)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를 기존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인상했다.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로 반격한 것에 맞불을 놓은 것으로, 최소 매수수량 조건까지 삭제했다. MBK연합의 공개매수 조건 변경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고려아연 측은 자신들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이 세후 투자 수익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할 여력이 남아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MBK연합은 4일 공개매수신고서 정정 공시를 내고 지난달 13일 시작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조건을 주당 83만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한데 이은 두 번째 인상이다.
공개매수 청약 수량이 발행주식총수의 약 7%를 넘어야 사들이겠다고 한 조건도 삭제하면서 모든 조건을 고려아연 측과 동등하게 맞췄다. 최대 매수 수량은 302만4881주(지분율 약 14.6%)로 이전과 동일하다. 청약 주식수가 최대 매수 수량을 밑돌아도 응모한 주식 전량을 매수한다.
이에 따라 MBK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대금은 기존 약 2조2720억원에서 2조5140억원으로 2400억원 넘게 늘었다. 추가자금은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이 각각 자기자금 435억원, 8억원을 더해 조달했다. 나머지 1977억원은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새로 차입했다.
공개매수 조건을 변경하면서 오는 6일 종료 예정이었던 MBK연합의 공개매수 기간은 이달 14일로 연장됐다. 휴일을 고려한 영업일 기준으로는 5일이 추가됐다.
MBK연합은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해 MBK연합의 정당한 공개매수가 방해를 받았고, 기존 투자자들의 부담을 덜고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건을 변경하게 됐다”며 “1주가 들어오든, 300만주가 들어오든 모두 사들여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훼손된 주주가치를 회복시키겠다”고 밝혔다.
공개매수가 시작되기 전 50만원대 수준이던 고려아연의 주가는 이날 MBK연합이 공개매수가를 올린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중 한 때 78만원을 넘기기도 했다. 종가는 77만6000원이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지난 75년간 동업관계를 유지해오다 최근 2년 새 충돌을 이어왔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달 13일엔 MBK연합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며 본격적인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14%를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거나,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MBK연합이 공개매수와 함께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배임’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 자사주 매입 가능성이 불투명했지만, 법원이 지난 2일 자사주 매입을 허용하는 판결을 내리며 경영권 분쟁은 변곡점을 맞았다. 판결 즉시 최 회장은 직접 기자회견에 나서 주당 83만원에 자사주를 매입한 뒤, 전량 소각할 방침을 밝혔다.
고려아연은 2조6635억원을 들여 자사주 15.5%를 공개매수하고, 베인캐피털을 통해서도 4300억원 어치 지분(2.5%)를 추가로 매수하는 등 총 18%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기로 했다. 공개매수가 시작된 이날엔 최소 매입 공개 매수 조건마저 없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은 이날부터 오는 23일까지로, MBK연합보다 길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고려아연은 공개매수에 따른 세금은 양도소득세(22%)가 아닌 의제배당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로, 양도소득세를 내야하는 MBK연합 공개매수에 응하는 것보다 투자수익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개매수가를 인상할 여력도 남아있다. 이날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에 회사 내 현금 1조500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1조1635억원은 차입금으로 채웠기 때문이다. 차입금은 은행권에서 긴급히 설정한 1조7000억원 한도 대출 중 일부다. 자사주 매입 후에도 약 5000억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회사채 1조원을 발행해 긴급 조달할 계획을 공식화한 상태다. 종합해보면 약 1조5000억원을 경영권 방어에 추가 투입할 수 있다. 아직 공개매수 기간에 여유가 있는 만큼, 시간을 두고 대응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MBK연합은 공개매수 설명서와 관련해 “고려아연의 자기자금 1조5000억원은 사실상 빌린 돈”이라며 “자사주 공개매수로 고려아연의 재무 사정이 크게 악화할 것이라는 시장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반기 말 기준 고려아연의 자기자본은 9조7590억원이다. 자기주식 취득 후 순자산은 7조1000억원으로 약 27% 감소할 것이란 게 MBK연합의 분석이다. 또 차입금이 3조원 이상 늘어나 36.5%였던 부채비율이 95%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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