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종로 본사./사진: 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국내 반도체 산업 공급망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고려아연 노조의 반대와 핵심 기술인력 이탈 가능성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고순도 황산 공급의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고순도 황산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과 불순물을 제거하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초기와 후반 공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순도가 낮을 경우 반도체 성능과 수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최대 고순도 황산 생산시설인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는 연간 140만t(톤)의 황산을 생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 공급 중이다. 고려아연은 반도체 황산을 미래 사업으로 낙점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생산능력 확대 계획에 따라 황산 수요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런데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 시도에 대해 고려아연 노조가 반발하고 있어 향후 상황이 주목된다. 지난달 노조는 MBK파트너스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약탈적 공개매수 시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 고려아연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포함한 핵심 기술인력들이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시 전원 퇴사하겠다고 밝혀 기술 공백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는 2년전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의 상황을 상기시킨다. 당시 화물연대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앞 시위를 통해 반도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황산 공급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다. 반도체는 국내 GDP(국내총생산)의 약 6%, 전체 수출액의 약 20%를 차지하는 국가 핵심산업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고려아연 노조와 MBK파트너스 간의 갈등, 핵심 기술인력의 이탈 가능성을 우려해 황산 공급처를 다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고려아연의 주주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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