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교수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열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연합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정부가 ‘내년 복귀’를 조건으로 의대생들의 휴학을 승인하겠다고 하자 의료계가 “학생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반헌법적 졸속 대책”이라고 반발했다.
6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했다. ‘동맹휴학 불허’라는 기본원칙은 지키되, 미복귀 학생에 대해서는 2025학년도에 복귀하는 것을 조건으로 휴학을 승인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대한의학회ㆍ대한의사협회(의협)는 입장문을 내고 “반헌법적 졸속 대책”이라며 “조건 없이 휴학을 승인하는 것이 맞다”고 반발했다.
이들 단체는 입장문에서 “교육부의 발표는 헌법 제31조 4항이 보장한 대학의 자율성 보장을 침해하는 것이며, 헌법 제10조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의대생에게서 무참히 뺏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위반하는 개인의 자유, 자기 결정권을 박탈하면서까지 유급과 제적을 운운하는 것은 교육부 스스로도 이대로는 내년도 교육이 불가함을 알기 때문”이라며 “전체주의 체제 독재국가에서나 있을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대생들을 복귀시킬 유일한 해법은 “일방적 정책 추진에 대해 사과하고 의료계와 논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대의 휴학 승인에 지지 의사를 표했던 서울의대ㆍ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서울대의 경우 학칙에 군휴학, 육아휴학 등 규정을 두고는 있으나, 이를 제외하고 휴학을 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아니다”며 “휴학 사유에 정당하거나 부당한 것은 있지 않으며, 학생의 ‘휴학할 자유’를 제한할 근거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 복귀 조건 승인은) 학생의 휴학할 권리와 헌법에서 보장하는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이므로 교육부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개 단체는 교육부가 의사인력 공급의 공백을 막기 위해 총 6년인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서는 “교육의 질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학사일정만 억지로 끼워맞춰 부실교육을 감추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 “시일이 촉박해지니 이미 비정상인 의대 교육의 부실화를 고착시키려 한다”며 “교육부의 잇따른 무리수 대책에 극렬히 공분하며 정부의 선 넘은 폭거를 엄중 규탄한다”고 했다.
의대 교수들은 “현행 6년 교육도 쉽지 않다고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비대위 위원장은 “현재 본과 4년 교육도 힘들어 이 과정들이 예과로 내려가고 있는 상황인데, 5년제 시도는 의대 교육과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다”며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 허울 좋은 ‘더 많은 의사’인지, 국민 건강을 담보할 수 있는 ‘실력 있는 의사’인지 먼저 밝혀라”라고 질타했다.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은 “의사들이 봤을 때 교육과정 단축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현대 의학은 계속 복잡하게 발전하고 있어 교육과정 수정에는 의료계와의 상세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말도 안 되는 의료 정책을 추진하며 날아간 1년을 무마시키기 위해 그냥 ‘단축하자’고 주먹구구식 해결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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