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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자사주 매입가 89만원으로 인상…MBKㆍ영풍 “중대한 부정적 영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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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0-11 14:04:57   폰트크기 변경      

고려아연ㆍ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 동시 인상 승부수
고려아연 공개매수 최대물량 유통주식 전량으로 확대
MBKㆍ영풍 “소송절차 포함한 모든 방법 강구해 저지”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연합ㆍ고려아연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MBK파트너스(이하 MBK)ㆍ영풍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1일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과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동시에 인상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자사주 공개매수 최대 물량을 유통주식 전량인 20%로 확대했다.


MBKㆍ영풍 측은 이 같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 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했다. 취득 예정 물량도 320만9009주(지분율 15.5%)에서 362만3075주(17.5%)로 늘렸다. 공동매수자인 베인캐피탈의 매수량(2.5%)을 합치면 총 20%로, 사실상 유통 주식물량 전체를 매수 대상으로 상정했다. 이로써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에 투입하는 자금은 기존 2조6635억원에서 3조2245억원 규모로 늘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주들이 자사주 청약에 마음 편히 응할 수 있도록 매수 물량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며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자본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고심이 담긴 결과”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자금 사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금융당국의 우려도 경청했다고 부연했다.

같은 날 최윤범 회장 측이 출자한 제리코파트너스는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최근 제시한 3만원보다 5000원 높은 수준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주식 1.85%를 보유하고 있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중요한 캐스팅보트로 여겨진다.

최 회장 측의 이러한 결정은 MBKㆍ영풍 연합보다 높은 매수가격을 제시하고, 최대 매수 물량을 유통주식 전체로 설정해 청약 성공 가능성을 높이면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MBKㆍ영풍 연합의 고려아연ㆍ영풍정밀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14일이다.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21일까지, 고려아연은 23일까지 진행하는 최 회장 측보다 일주일 이상 빠르다. 보통 투자자들은 청약 확률을 높이고자 공개매수 종료일이 빠른 쪽에 먼저 응하는 경향이 있어 MBKㆍ영풍 연합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이번에 최 회장 측이 매수 조건을 변경하면서 주주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고려아연은 주주들의 편의를 위해 ‘온라인 청약’까지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기존 미래에셋증권에 더해 KB증권을 주관사로 추가했다며 “KB증권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청약 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어 편리한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로 취득한 주식 전략을 소각할 예정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자사주 공개매수에 배임 소지가 있다는 MBKㆍ영풍 연합의 주장에 대해서도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지난 2일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합법적인 절차”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번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완료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MBKㆍ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양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이사회의 이러한 결정이 고려아연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증액된 공개매수 규모가 3조2000억원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고려아연의 지난 5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97.1%, 지난 3년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의 152.5%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기자본의 33%에 해당하는 이렇게 막대한 금액을 경영대리인 최윤범 회장의 지위 보전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회사의 성장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귀중한 재원이 소모돼 회사의 미래도 그만큼 불투명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고려아연은 2조7000억원의 부채를 떠안게 된다”며 “주주들에게는 재무적으로, 수익적으로 더 나빠진 회사가 남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고려아연에 큰 손해를 입힐 자사주 매입을 저지하겠다며 “기존에 진행 중이던 소송절차를 통한 구제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MBKㆍ영풍 연합은 자신들의 공개매수에 대해 “오는 14일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청약 수량에 관계없이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함께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최소수량조건을 없앴다고도 설명하며 “단 1주만 청약이 들어와도 공개매수는 완료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서 더 이상의 공개매수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MBKㆍ영풍 연합은 “현재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83만원 이상의 가격경쟁은 고려아연의 재무구조에 부담을 주게 돼, 기업가치ㆍ주주가치를 떨어뜨리고 글로벌 경쟁력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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