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대통령실 인적쇄신” 언급
‘김 여사 문제’ 대응, 尹-韓 독대에서 담판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필리핀, 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라오스 아세안 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마중 나온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발언 수위를 올리고 있다. 김 여사 문제로 인한 악화된 민심이 오는 10·16 재보궐선거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재보선 이후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어떤 식으로든 김 여사 관련 논란을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당 안팎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지난 12일 10·16 재보궐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지원 유세 현장에서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 대통령실의 인적쇄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것(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정부와 여당이 민심에 따라서 쇄신하고 변화하고 개혁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대표가 언급한 인적 쇄신 대상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 내의 이른바 ‘김여사 라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판단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 상식에 맞는 결과가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 ‘전당대회 공격 사주 의혹’을 받는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에 대해서도 “이런 분들에게 약점 잡힌 정치가 구태 정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와 국민의힘은 앞으로 그런 정치를 안 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에 정치 브로커가 설치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지난 10일에도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언급했고, 지난 9일에는 김 여사에 대해 “공개 활동 자제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연이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적극적 발언을 내놓고 있는데다, 발언 수위 역시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한 대표가 여권 내에서 ‘금기’시 되다시피 해온 김 여사에 대한 비판 발언을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해 정가에서는 그가 윤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갈라서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레임덕이 빨리 올 것으로 진단되는 윤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결별해야 자신의 향후 정치 행보에 미칠 여파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것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지난 총선에 이어 ‘제2의 정권심판론’으로 공세하고 있는 이번 재보선을 앞두고 김 여사 문제에 대해 또다시 어정쩡하게 ‘뭉개고’ 지나간다면 당정이 모두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재보선 이후 윤 대통령과의 독대가 예정된 가운데 한 대표가 이번 만남에서 김 여사 문제를 담판 짓겠다는 각오가 담긴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와 관련해 시기나 방식, 의제 등이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드릴 말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김 여사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만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의 사과, 제2부속실 설치·특별감찰관 임명 등 약속한 바를 속히 이행해 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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