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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천경자-백남준...미술경매시장에 전설들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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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0-14 15:05:33   폰트크기 변경      
서울옥션, 22일 가을 메이저 경매...유명 미술가들수작 129점 출품


“정(情)과 미(美), 무욕(無慾)에 대한 신(神)의 가호가 있어야만 인간의 삶과 예술은 향기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화단의 여걸’로 통했던 천경자 화백(1924~2015)은 생전에 이 말을 진리처럼 여기며 살 았다. 질곡의 한국 근·현대사를 여성 화가로서 마주한 그는 여자의 모습을 통해 한민족의 애절한 통한과 아름다움, 무욕의 정신을 화폭에 풀어냈다. 초창기 자신의 드라마 같은 삶으로부터 그림의 소재를 길어 올렸다면 1969년 타히티를 시작으로 28년 동안 유럽, 미국, 아프리카, 인도 등을 돌며 낯선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하면서 감성과 영감의 폭을 확장했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다닌 해외 창작여행 덕분에 원색의 순수미에 눈을 떴고, 한국 여성의 한(恨)과 꿈을 화려한 원색으로 버무려 냈다. 그는 생전에 자화상을 즐겨 그리며 “온몸 구석구석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적인 여인의 한이 서려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천경자의 ‘미인도’시리즈는 물론 이중섭, 백남준 등 근현대미술품, 조선시대 춘화첩, 럭셔리 주얼리 명품 등이 가을 경매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오는 22일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펼치는 ‘제180회 경매’ 행사를 통해서다. 출품작은 모두 129점으로 낮은 추정가 총액 약 63억원에 달한다.

 

아트 컬렉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그림수집 매니아들이 재테크 수탄으로 배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내리며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섬에 따라 아트테크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미술시장에서 희귀한 작품들의 소장 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 마켓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며 “경기가 점차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고,   그림 애호가 역시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아트투자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천경자의  1977년작 '여인의 초상'.                       사진=서울옥션 제공

 서울옥션은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천경자 작품은 1977년작 '여인의 초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여인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잡아낸 ‘미인도’ 시리즈의 대표작이다. 외로움과 고독에 싸인 여인의 머리에 화려한 꽃과 나비를 그려넣어 ‘정’과 ‘미’를 동시에 우려냈다. 보랏빛 색조가 화면 전체를 아우르는 가운데 극도의 고독감과 외로움이 묵직한 바위 덩어리처럼 다가온다. 이 작품의 입찰은 4억5000만원 부터 시작된다.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의 대형 작품 ‘로봇 피에르’도 입찰대에 오른다. 1994년 제작된 이 작품은 램프를 손에 쥔 채 걸어 나가는 듯한 로봇의 포즈를  입체화한 미디어 작품이다.  긴 고깔 모자를 쓴  로봇 구조물의 얼굴과 가슴 등에서 영상이 재생되며 현대인의 시각과 감정을 기술이 어떻게 대체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모색했던 백남준의 예술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수작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작품의 추정가는 47000만~1억5000만이다.
이중섭의 '아이들과 끈'                                             사진=서울옥션 제공

이중섭이 아들 태현에게 보낸 종이 작품 ‘아이들과 끈’도 나온다. 추정가는 1억5000만~2억 5000만원으로 알려졌다.  그림 왼쪽 상단에 자신의 아들 '태현'군의 이름이 쓰여 있다. 다섯 명의 아이들이 끈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빠른 터치로 포착했다. 두 명의 아이들에서는 붉은 빛, 세 명에선 푸른 빛이 번지면서  순진무구한 동심을 색채미학으로 은유했다.

전통적인 소재인 숯을 활용한 이배의 작품도 두 점이나 경매에 출품된다.  2m가 넘는 거대한 캔버스에 숯을 빼곡하게 채운 작품 ‘불로부터-49-1’(추정가 3억7000만~5억원), 숯의 마티에르에 오일파스텔로 흰 선을 그은 ‘화이트 라인-6g’(9000만원~1억5000만원)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새 주인을 찾는다.

  이배는 숯을 통한 물성에 대한 다양한 시도로 현대미술에서의 한국의 전통성과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1990년대 초부터 시작한 그의 숯 작품들은 평면, 입체, 설치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며 국제미술계에 당당히 자리매김 했다.

고미술 분야 경매에서는 10폭 짜리 춘화첩이 단연 눈길을 끈다. 다양한 형태의 인물들이 배경 없이 폭마다 상세히 담겨 있다. 인물의 생김새나 주변 기물들의 묘사가 세밀하고, 담채의 꼼꼼한 채색미감이  유별나다.  고정호 서울옥션 홍보팀장은 “인물의 비례나 이목구비, 표정 등이 기산 김준근의 필치를 연상하게 한다”며 “종이의 질 또한 유사해 전하는 작가의 수결은 없으나 아마도 기산이 특별 주문을 받아 제작한 작품이 아닐까 추정해본다”고 설명했다. 추정가는 8000만~1억2000만원이다.

이밖에 조선시대 후기 풍속화가 김준근의 작품 '시름판'(1500만∼3000만원), 자라형태의 ‘백자청화낙서문자라형주자’, 건물이나 누각 계단의 난간 역할을 했던 ‘청자철화당초문난주’ 등도 춤품됐다.

‘롤렉스’ 시계                                                              사진= 서울옥션 제공

럭셔리 소비문화의 성장 추세를 반영한 대규모 보석-시계-핸드백 등 명품 13점도 경매에 부쳐진다. ‘롤렉스’ 시계를 비롯해 에르메스 인기 핸드백 ‘벌킨백’, 하이엔드 워치 브랜드 ‘파덱 필립’ 등이 대표적이다. 럭셔리 전문 케어 서비스 ‘더 컨시어지’의 감정을 거쳤다.

‘롤렉스’ 시계는 스포츠 모델인 데이토나를 주얼리 시계로 재해석한 명품 컬렉션이다. 미국 플로리다 데이토나 비치에서 이름을 따온 ‘데이토나’는 롤렉스의 최고 인기모델이다. 롤렉스의 전신인 스포츠 워치 디자인을 주얼리 워치로 전환한 명품이어서 희소한 가치가 높다는 게 서울옥션 측의 설명이다.

출품작들은 오는 22일 경매 당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무료로 만나 볼 수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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