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100 기업과 재생E 직접 거래 확대
RPS 의무공급량 축소…연간 60만 REC 감소 예상
정부, RPS 일몰 정책 일환 시각도
태양광 발전 현장./ 사진:연합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전력당국이 민간 발전사와 RE100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직접전력거래(PPA) 중개시장’을 시범 운영한다. 그동안 고정가격계약 입찰을 통해 신재생공급 의무화제도(RPS) 의무사와 계약을 맺고 재생에너지를 판매하던 방식에 더해, RE100을 선언한 기업들과의 직접 계약을 정부가 중개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RPS 일몰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시장제도 개편을 준비하는 가운데, PPA 중개시장이 얼마나 흥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공고한 ‘2024년 태양광•풍력 고정가격계약 경쟁입찰’과 연계한 PPA 중개시장을 개설하기로 했다. 이번 공고에서 배정된 설비용량은 태양광 1GW, 해상풍력 1.5GW인데, 이 물량을 낙찰받은 발전사업자가 희망하면 공급의무사와의 계약(1차) 대신 PPA 중개시장(2차)을 통해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다.
2차 시장의 수요처는 RE100 참여기업(36개 사) 중 거래 신청 업체들이다. RE100 기업들이 전력 구매 희망가격을 제시하면 최고가격 우선 매칭 방식으로 경쟁입찰 낙찰 발전사와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은 한국에너지공단이 관리한다.
낙찰자는 RPS 의무사와 장기 계약을 맺거나, 낙찰가격보다 높은 금액으로 RE100 기업에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 RPS 의무사와의 거래는 20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PPA는 사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계약기간은 건마다 다르다. 2차 시장에서 매칭이 안 되면 다시 RPS 의무사와 계약할 수 있다. 발전사 입장에선 전력 판매 통로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풍력 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발전은 전기사용자와 장기계약을 맺는 것이 PF 등에서 유리한데, 입찰물량은 한정돼 있어서 다른 방식의 계약에도 관심이 많다”라며, “이번에 개설되는 PPA 중개시장도 기대를 거는 제도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PPA 중개시장 개요도./ 사진:한국에너지공단 |
태양광 업계에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태양광 발전업체들은 장기계약 대신 오히려 현물시장 내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거래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고정가격계약 참여 자체가 부진한 상황에서 PPA 중개시장에 얼마나 호응하겠냐는 의문이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올해 태양광 공고 물량이 작년(2GW) 대비 절반으로 줄어든 이유는 입찰 경쟁률이 1대1 미만으로 나오는 등 장기계약에 대한 참여가 부진한 이유 때문”이라면서, “코로나19 기간에 현물시장 참여 사업자가 많은 이익을 얻는 걸 지켜봤는데, 누가 장기계약을 체결하려 하겠나. PPA 시장을 시범 운영한다고 하지만, 발전사업자들은 2차 시장에 대해 관심이 크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PPA 중개시장 개설로 RPS 의무사가 계약할 수 있는 절대 물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RE100 기업들은 경쟁입찰의 낙찰가격 정보를 제공받고, 이보다 높은 가격을 발전 사업자에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PPA 중개는 시범운영 단계라 거래되는 물량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RE100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수요가 늘어날수록 2차 시장 계약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말 공급의무화제도 지침을 개정해 신재생에너지 의무 공급량을 줄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실에 따르면 이번 지침 개정으로 감축될 의무공급량은 약 60만 REC(총 의무량의 0.7% 수준)로 추정됐다.
재생에너지 의무공급량 축소는 RPS 일몰을 준비하는 정부 정책 방향성의 한 줄기라는 시각도 있다. RPS는 신재생에너지법에 명시가 돼 있는 만큼 일몰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한데, 야당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방향성이다. 이에 의무공급량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REC 수요를 줄이고, 의무사들의 부담을 더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다른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현물시장에서 REC 가격이 오르고 정책 목적에 왜곡이 발생하면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릴 고민을 해야 하는데, 수요를 줄이는 방향을 선택했다”라며, “당장 RPS 일몰이 힘드니 지침을 통해 의무량을 줄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의무량 감축과 RPS 일몰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PPA 중개시장 개설로 1차 시장에서 거래될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지침 개정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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