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6년까지 송전망 1.6배 증설 필요
공사기간은 최대 150개월 지연
“획기적 계통보강 나서야 할 때”
원자력발전소와 송전선로 모습./ 사진:한전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지식산업센터 등 미래 국가경쟁력을 이끌어갈 첨단산업이 전력망 인프라에 볼모로 잡히고 있다. 전력망 건설이 곳곳에서 지연되면서, 자칫 전력 다소비 업종인 이들 산업에 ‘전력 수혈’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착공한 36개 송전망 건설 프로젝트 중 적기 준공한 사업지는 3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목표 준공률은 겨우 8.3%에 불과하다.
나머지 프로젝트는 경과지 주민의 반대, 한전의 예산 부족, 건설 인력 부족 등으로 하염없이 지연되고 있다. ‘전력 고속도로’라 불리는 송전망의 표준공기는 9년. 그러나 대부분 평균 4년을 초과하고 있으며, 무려 150개월(12년6개월)이나 지연된 프로젝트도 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가동 중단을 밥먹듯 하는 발전소가 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의 경우 아예 신규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는 사례까지 나왔다.
전력의 공급(발전소)과 수요(소비자)가 아닌 운송(송전망)의 문제로 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인데, 전문가들은 수급 비상이 먼 훗날이 아닌 코앞에 닥쳐왔다고 경고한다.
그래픽: 김기봉 기자 |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각종 에너지의 전기화(電氣化)로 2038년경 전력 수요는 129.3GW로 전망됐다. 올여름 최대 전력수요가 역대 기록을 넘어선 97.1GW였는데, 이보다 32GW나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송전망 건설에 범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파를 떠나 전력망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고, 전력기금활용ㆍ민간자본 투입 등 다각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전력망 구축에 역대 정부 모두 손을 놨는데, 이제는 획기적인 계통보강을 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계통보강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이로 인한 국가적 손실은 그야말로 치명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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