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오후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는 타니 쌍락(Tanee Sangrat) 주한 태국 대사의 주관으로 사와스디 서울 태국 문화축제(The Sawasdee Seoul Thai Festival 2024 : T-Pop Story) 전야제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에서는 두싯 마나판(Dusit Manapan) 태국 외교부 장관 특별 고문과 타파니 키아트파이불(Thapanee Kiatphaibool) 태국 관광청장 등 태국 및 한국의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다음날인 5일 오전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는 ‘사와스디 문화축제 2024’ 개막전이 개최되어 Zoom Marie, ALLY, 4EVE, Seya & amp;Miya, DJ Botcash 등의 유명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등 다양한 행사가 성대히 진행되었다.
온화함, 존중, 환대를 구현한 ‘사와스디(Sawasdee)’ 축제는 태국 전통·현대문화와 한국 문화가 어우러지는 화합의 장이었다. 현대 악기로 태국 전통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고대와 현대의 사운드가 매혹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또한, 무술가들은 고도로 훈련된 ‘무에타이’ 무예와 기술을 선보이며 대중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청계천 광장에서 전통 의상의 활기찬 색채, 태국 음식의 매혹적인 향, T-Pop 음악의 리드미컬한 사운드는 마치 태국에 온 것으로 착각할 만큼 이국적이고도 매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축제는 태국과 한국의 문화적 유대를 강화하는 발판이 되었다.
태국과 한국과의 공식적인 접촉은 고려 공양왕(재위 1389~1392)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사 기록에 의하면 시엔루후 왕국(Siam 시암, 현 태국)은 1391년 내공(Nai Gong)이라는 사신을 한국에 파견하여 태국의 토종 상품과 공양왕을 위한 편지를 가져왔다고 한다.
당시 공양왕은 태국사절단을 따뜻하게 맞이하여 환대하였다. 그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시암(태국) 특사단은 한국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 깊은 영감을 받았다. 고려 왕조가 멸망하고 조선 왕조 건국 이후인 1394년에는 조선의 사절단이 태국을 방문하여 교류를 이어가려 했으나, 해적들의 잦은 출몰로 인하여 수 세기 동안 한-태국간 교류는 중단되었다.
양국 간의 교류는 6ㆍ25 전쟁(1950~1953) 발발 이후에서야 실질적으로 재개될 수 있었다. 당시 태국은 유엔 연합군의 일원으로 1만1786명의 병력을 한반도에 파견하여 자유를 갈망하는 한국(남한)을 지원하였고, 상당한 양의 쌀을 식량 원조로도 제공했다. 6ㆍ25 전쟁 동안 134명의 태국 군인이 한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전사하였다.
당시 태국군은 뛰어난 전술과 용맹함을 바탕으로 미 8군 사령관 제임스 밴 플릿 장군으로부터 ‘작은 호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병사들은 전장에서의 유감없는 기량을 선보였으며, 동지애와 애국심이라는 불교적 가치를 구현하여 한국은 물론 동맹국들과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하였다. 이러한 태국 군인들의 용기와 희생을 기리기 위해 1974년에는 포천시에 태국의 참전 기념 정자가 세워졌으며, 이후 참전지역 곳곳에 여러 기념관과 기념비가 세워졌다. 이 숭고한 기념물들은 어려운 시기의 한국과 함께한 태국 군인들의 용기와 고귀한 희생에 대한 헌사(獻辭)이다.
특히, 양국은 2023년과 2024년을 ‘한-태국 상호 방문의 해’로 지정하여 두 나라 간의 관광 및 문화교류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번에 개최된 사와스디 문화축제였다. 이 축제는 한국과 태국의 수교 65주년을 기념하는 티팝 스토리(T-Pop Story)가 포함되었는데, 이 활기찬 공연을 통해 한국인들은 음악, 춤, 요리, 퍼레이드 등 태국의 독창적인 전통을 체감할 수 있었다.
축제에서 만난 타니 쌍랏(Tanee Sangrat) 주한 태국대사와 새로 부임한 국방무관 이트 티파야찬(Itt Thippayachan) 대령을 비롯한 태국의 외교관들은 필자에게 두 명의 옛 태국 유명 인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들은 전 주한 태국대사 초테 클롱비차(Chote Klongvicha) 육군 소장과 태국대사관 국방무관 아카폴 솜루프(Akaphol Somloop) 대령(후일 육군대장 승진, 태국 육군참모총장 역임)이다. 두 사람 모두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한국에 근무했으며, 필자와도 긴밀히 교류했다.
필자는 1971년 대학 재학시절, 초테 클롱비차 태국대사와 솜루프 태국 국방무관의 초청으로 용산 미국 장교클럽에서 개최된 태국 국군의 날 축하 파티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행사를 통해 잊을 수 없는 태국 문화와 관습을 일찍이 경험할 수 있었다.
한국인들은 6ㆍ25전쟁 당시 한국에 대한 태국군의 귀중하고도 박애적인 공헌을 결코 잊어서는 안되며, 태국군의 숭고한 헌신을 바탕으로 한 양국 간의 동지애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최정대 칼럼리스트(대광상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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