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권ㆍ규모별 특성 반영 필요

회사 규모별 시행 차등 적용

〈대한경제〉 주최로 7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 열린 ‘미래금융포럼’에서 주제발표 이후 김상봉 한성대 교수를 좌장으로 패널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권해석 기자]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불리는 책무구조도 작성의무가 내년부터 본격화하는 가운데 제도 도입 취지를 공유하고 보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7일 <대한경제> 주최로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 열린 ‘미래금융포럼’에서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금융사 책무구조도의 실효성이 있는 운영과 보완점을 두고 전문가들의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포럼은 주제발표와 패널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주제발표는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책무구조도 도입 배경 설명을 설명하고, 황혜진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와 이정찬 금융위원회 사무관이 각각 책무구조도와 관련한 법적 이슈 분석과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을 소개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토론에는 김상봉 한성대 교수를 좌장으로, 전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인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가 참여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금융회사 임원별로 책무를 명확하게 한 문서다.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사 임원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이런 내용을 담은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고, 작년 12월 국회에서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지배구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금융당국은 이달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재보다는 예방에 목적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면 금융사 임원들의 내부통제 역할이 구분된다. 금융사가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무적으로는 대표이사(CEO)나 임원 등의 역할과 의무가 명확하지 않았다. 금융사고는 영업 일선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부통제와 관련한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으면 사전이 이를 감지하거나 사전 예방 활동을 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이날 포럼에서는 책무구조도가 효과적인 사전예방 활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태록 연구위원은 “책무구조도는 제재보다는 예방에 목적을 두고 운영해야 한다”면서 “회사 규모별로 노출되기 쉬운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정찬 사무관은 “해외에서는 경영진의 책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경영진 스스로 책임이 어디까지인 인식한다면 분명히 금융사고는 예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분화 필요…업권ㆍ규모별 특성 반영 필요

금융사 임원들은 책무구조도를 금융위에 제출한 순간부터 내부통제 관리 의무가 발생한다. 금융업권별로 제출시기는 차이가 있다.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내년 1월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내야 하며, 금융투자업자와 보험사는 자산규모 등에 따라 순차적으로 2026년 7월2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책무구조도가 제출된 이후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사 임원도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애매하다는 의견이 많아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황혜진 변호사는 “책무구조도 목적은 책임의 위치를 나누자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재 감면을 위해서는 상당한 주의를 다해야 하지만 기준에 대한 고민이 많기 때문에 매뉴얼이 필요해 보인다”고 봤다.

또, 금융업권별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미수 교수는 “금융업권별 특성이 반영되지 않아 해석상의 명확성이 결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융회사 규모별로 차등해서 적용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사무관은 “소비자피해와 연결되는 내부통제와 관련해서는 회사 규모별로 차등을 두지는 않는다”면서도 “대신 시행시기를 달리했고, 임원 수가 많지 않은 소규모 회사는 직원에게도 책무를 둘 수 있게 열어뒀다”고 말했다.

권해석 기자 hae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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