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친환경 제철공법 집약체
쇳물 생산량 10% 담당 주력 설비
가동중단 불가피…생산차질 우려
1∼2년새 크고 작은 사고 잇따라
안전관리 소홀 관련 지적도 제기
10일 오전 4시20분께 포스코 포항제철소 파이넥스 3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사진: 연합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10일 새벽,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심장부인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했다. 오전 4시20분, 제철소의 핵심 시설인 3 파이넥스 공장에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공장 인근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큰 폭발음이 들렸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50미터 높이의 타워에서 치솟은 불길은 이른 새벽 포항의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다행히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응으로 화재 발생 5시간 만에 불길은 잡혔다.
이번 사고로 공장 내부에서 근무 중이던 작업자 1명이 손과 얼굴에 경상을 입었으나,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연간 200만톤(t)의 쇳물을 생산하는 핵심 설비의 가동 중단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3 파이넥스 공장은 단순한 생산설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14년 준공된 이 시설은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친환경 제철공법의 집약체다.
파이넥스 공법의 가장 큰 특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별도 처리 없이 직접 투입해 쇳물을 생산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용광로 대비 설비투자비와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초미세먼지 배출량을 현저히 낮춘 혁신 기술이다.
3 파이넥스 공장은 포항제철소 전체 쇳물 생산량의 약 10%를 담당하는 주력 설비다. 포항제철소는 현재 2고로(연산 200만t), 3고로(488만t), 4고로(530만t)와 함께 2 파이넥스(150만t), 3 파이넥스(200만t) 등 총 5기의 생산설비를 가동 중이다.
특히, 포항제철소 쇳물의 10%를 담당하는 공장이 화재로 멈춰서면서 포스코 철강 생산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포스코는 이날 화재에도 전체 조업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복구 상황에 따라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최근 1∼2년 사이 포항제철소에서 크고 작은 화재가 잇따라 포스코의 안전관리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포항제철소에선 2022년 9월 태풍 힌남노가 뿌린 500㎜의 기록적인 폭우로 공장이 침수되면서 창사 49년 만에 용광로 3기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기도 했다. 당시 용광로 재가동까지는 135일이 걸렸다.
2020년 6월에도 포항제철소는 스테인리스 스틸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생산 설비가 소훼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엔 4월에만 두 차례 화재가 발생했다. 3고로 인근 COG(코크스 오븐 가스) 승압장치에서 불이 났고, 파이넥스 3공장 근처 원료이송용 컨베이어벨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2000만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12월에는 이틀 간격으로 사고가 났다. 원료 저장고인 60m 높이의 사일로에서 철광석을 옮기는 컨베이어벨트에 불이 났고, 2고로 주변 화재로 인한 정전으로 힌남노 침수 피해 후 1년여 만에 공장 전체가 멈춰섰다.
올해 2월15일엔 석탄 운반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포스코는 사내외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안전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지난해 하반기에만 포항제철소에서 50번의 소방훈련을 진행하는 등 사업장 안전성 확보에 힘쓰고 있다.
한편, 이날 화재가 난 포항제철소에서 직선거리로 4㎞가량 떨어진 포스코퓨처엠 내화물 공장에서도 오전 4시30분께 불이 났다. 기계가 소실됐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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