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초기 관리社 선정 기준 부재
인허가권 쥔 지자체 압력 행사
전관예우로 일감 몰아주기도
역량 부족 관리업체 선정 땐
결국 입주민들 피해 불가피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입주 초기 아파트 관리업체 선정 절차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인허가권을 가진 지방자치단체가 관리업자 선정에 입김을 불어넣거나 업체 로비가 작용하는 등의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지적이다. 부정ㆍ부당한 주택관리업체 선정은 결과적으로 입주민 피해와 직결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다.
사진:대한경제 DB |
10일 주택관리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 예정자 과반수가 입주할 때까지 해당 주택을 의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150가구 이상으로 승강기가 설치된 공동주택 등이 대상이다.
입주가 어느 정도 진행돼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꾸려지면 입대의가 경쟁 입찰 등을 거쳐 아파트를 관리할 위탁업체를 결정하지만, 그 전까지는 건설회사나 시행사, 재개발ㆍ재건축 조합 등 사업 주체가 관리업체를 정한다. 이에 따라 시기상 이제 막 준공이 끝난 신축 아파트에서 의무 관리 기간이 발생하는데, 개별 단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통상 이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다.
문제는 사업 주체의 의무 관리 기간 관리업체를 선정하는 기준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공동주택 사용 검사(사용 승인) 과정에서 검사권자인 지자체가 인허가를 빌미로 관리업체 선정에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일례로 경기 용인에서는 이 지역 소재 특정 위탁관리업체가 지난해부터 지난 3월까지 용인시 관할 신규 입주 사업장 가운데 5곳을 따내면서 불공정 논란이 일었고, 경기 안양에선 전직 공무원이 설립한 관리업체가 건축 허가 대상 주요 사업장을 수주하면서 전관예우로 일감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빗발쳤다.
대구에서는 특정 업체 2곳이 전임 시장의 학연을 이용하고 인허가를 담당했던 퇴직 공무원을 영입하는 방식으로 시 관할 신규 입주 사업장 대부분을 번갈아 수주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부터 지난 2월까지 대구 입주 사업장 27곳 관리를 맡게 됐다.
전북 전주에선 한 관리업체 대표 A씨와 부사장 B씨가 2022년 전주시장 선거에서 준공 아파트의 관리 계약을 수월하게 따낼 목적으로 특정 정당 예비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도운 뒤 특정 건설사에 인허가권을 요구하는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주택관리업체는 수수료를 받고 건축물과 공동시설을 유지하고 하자 보수, 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입주 초기는 하자 보수 이슈가 많고 입주자가 일시에 몰릴 수 있는 만큼 이를 조정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 신축 단지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커뮤니티 시설이 확충되는 만큼 설비 등 보수를 제때 하지 않으면 향후 불필요한 비용도 들어갈 수 있어 전문성 있는 관리업체를 선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평가다.
그만큼 잇단 특혜 등으로 역량이 부족한 업체가 선정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업체 관계자는 “주택 관리 역량이 부족한 업체가 연줄 등으로 특혜를 받아 선정되면 결국 전체 입주자가 불이익을 감내해야 한다”며 “그간 업계가 노력해온 주택관리 시장 투명화에도 역행하는 처사”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백년이 넘는 기간 동안 아파트 외관은 촌각을 다투며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주택관리 관련 법 규정은 이를 못 따라가며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며 “사업 주체의 의무 관리 기간 주택관리업체 선정 시 인허가권자 등이 부당하게 개입할 수 없도록 공동주택관리법에 근거 규정과 벌칙을 신설해 처벌 가능하게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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