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9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바라트 만다팜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4∼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ㆍ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페루ㆍ브라질 순방길에 오른다.
윤 대통령은 14일 서울을 출발해 같은 날 오후(현지시간) 페루의 수도 리마에 도착한다. 이어 APEC 기업인 자문위원회와 대화, CEO 서밋 기조연설, 정상 갈라 만찬 등을 소화한 뒤 16일 APEC 정상회의 두 번째 세션인 리트리트에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우리 정부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취약계층 지원 방안을 소개하고, 친환경 기술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공동의 이익을 키워나가기 위한 APEC 차원의 연대를 강조한다.
특히 내년 APEC 의장으로서 대한민국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무역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천명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지목되는 APEC 개최국 페루와의 경제 협력 강화를 도모한다.
페루는 남미 국가 중 칠레에 이어 우리나라와 두 번째로 FTA(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나라다. 무엇보다 구리(생산량 세계 2위), 아연(2위) 등 자원부국으로서 우리와 상호보완적 경제 협력을 위한 잠재력이 크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번 순방에서는 공급망과 디지털 중심의 양국간 호혜적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양국 간 실질적 협력 가속화를 위해 한-페루 정상회담 계기 핵심광물ㆍ관광ㆍICT 등 중심의 다수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이 예정됐다.
APEC기업인자문위원회(에이백ㆍABAC)와 대화, CEO서밋 기조연설 등 다양한 경제 관련 일정도 소화한다. 에이백은 APEC에 기업인들의 논의를 반영하기 위해 설립된 공식 민간 자문기구로 1996년부터 APEC 정상회의와 함께 개최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21개국 정상과 60여명의 에이백 위원들이 참여해 21개 소그룹으로 나눠 토론이 진행된다. 윤 대통령은 차기 개최국 정상 자격으로 페루 등 정상들과 함께 회의장 중앙에 위치한 6번 테이블에 함께 자리해 디지털 혁신, 무탄소 에너지 등 탄소 중립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CEO 서밋은 APEC 정상회의의 부대행사로 의장국과 경제단체들이 주관하는 비즈니스 포럼이다. 윤 대통령은 서밋 중 가장 마지막에 열리는 의장 인계식에 참석하고, 연설을 통해 내년 APEC 정상회의의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선 18일 ‘사회적 포용과 빈곤 퇴치’를 주제로 한 제1세션에 참석해 글로벌 식량위기 대응을 위한 우리 정부의 인도적 지원, 식량 원조 사업 확대 등 공약을 발표하고 기아와 빈곤의 근본 타개책으로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범 G20 차원의 노력을 촉구한다.
19일에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에너지 전환’을 주제로 열리는 제3세션에서 기후위기 극복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국제 협력을 제안한다.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 기간 중 한미, 한미일, 한중은 물론 페루, 베트남, 브루나이 등 다수 국가와 양자 회담도 추진한다.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다. 특히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의 11년만 한국 방문이 유력시되는 만큼, 올해 회담 성사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사전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한중 회담이 열린다면 특별한 의제 없이 큰 틀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한일 회담은 일본 정부가 먼저 우리에게 제안해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성사되도록 적극 조율 중이며, 한미일 정상회담도 적극 논의 중이라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2일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다자 정상회의 외교 무대에서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우리의 책임 외교를 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통령실이 밝힌 윤 대통령의 순방 일정은 5박8일간으로 21일 귀국 예정이다. 다만 추가 외교 일정이 발생할 경우 귀국 시점이 이보다 늦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을 추진 중이라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양측 간 회동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트럼프 당선인 측과 긴밀하게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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