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곡지구 개발 우려…왜?
사업지 중 주거 단지 20%로 제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침체 상황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정부가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ㆍGB) 4곳의 해제를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난 12일. 다른 해제지역과 마찬가지로 경기 고양 대곡지구도 들썩이고 있지만 현장에선 한숨도 쏟아진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등 환승센터 건설이 한창인 대곡역 모습. /사진:이종무 기자 |
이날 기자가 찾은 대곡역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의 경우 토지 수용과 처분을 문의하는 이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 지역 토지 시세는 3.3㎡당 11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신규 택지가 발표된 지난 5일 고양 화정지구와 인접한 토지는 3.3㎡당 110만~115만원에 거래됐다.
이 일대 땅은 그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던 탓에 매수 문의와 거래가 활발했다. 지난 10일 현재 토허구역에 지정된 상황이다. 임현숙 대곡역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신규 택지에 속한 땅 중에서도 농업진흥구역인 교외선 대정역 일대 거래가 활발하고 매수 문의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개발 계획을 자세히 뜯어보면 우려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란 게 이곳 주민들의 지적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곡지구에는 9400가구 규모 주거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그런데 사업지 면적 가운데 주거 단지 비중은 20%로 제한하고, 철도만 5개 노선이 지나는, 이른바 ‘펜타 역세권’인 대곡역에 환승센터를 설치해 기업 등을 유치하는 지식융합단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개발 계획대로면 대곡지구에는 주택 단지 외에도 지식산업센터 등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현재 극심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대출 규제 등으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사업 참여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실제 대곡역세권 개발 사업은 사업성 결여로 철회된 적이 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경기주택도시공사(GH), 고양도시관리공사 등이 공동 시행을 맡아 2016년 개발을 추진했지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사업 타당성 용역에서 ‘사업성 부족’ 판정을 받았다. 임 대표는 “앞서 사업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 사업을 왜 고집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지식산업센터도 비아파트 시장의 침체 상황을 감안하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대곡역 남쪽 토지 소유자들과 인근 영주산ㆍ묘하나골산 주변 기존 취락지 주민들의 상실감도 깊다. 앞서 토허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번 신규 택지 지구에선 배제된 때문이다. 이곳의 한 주민은 “이번 발표로 사실상 죽은 땅이 됐다”며 한탄했다. 3기 신도시 발표 당시 인근 고양 창릉지구에서 제외된 벌말마을의 전철을 밟게 됐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에선 대곡지구가 구체적 개발 계획 없이 택지로 이용되는 것에 비판도 상당하다. 고양시는 자족도시 실현을 앞세웠지만, 일산을 포함한 인근 지역이 사실상 베드타운으로 고착화하고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고양시가 자족도시로 도약하려면 기업 유치가 필수적이지만 현 침체된 경기 상황에서 무리한 상업ㆍ업무시설 개발에 나설 경우 사업자 유치가 힘들 가능성이 높다”며 “주거와 상업 기능의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해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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