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이달 말 재건축 선도지구 발표를 기다리는 일산 신도시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일산보다 서울과 가까운 3기 신도시 창릉지구 개발에 이어, 더 우수한 입지의 대곡지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ㆍGB) 해제가 발표되면서다.
인근에서 폭증하는 신규 택지 지구 물량 탓에 1기 신도시 일산의 재건축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것이다. 1기 신도시에서도 경기 성남 분당 등에 비해 가격 오름 폭이 낮아 불만이 높은 상황인데, 신규 택지 개발 계획이 잇따르면서 불안감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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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신규 택지 개발 계획 발표로 94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인 경기 고양 대곡지구 일대. /사진:이종무 기자 |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GB 해제 대상지인 경기 고양 대곡지구 9400가구 첫 분양 시기는 오는 2029년이다.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착공ㆍ분양 목표가 2027년인 만큼 후속 지구 재건축 사업 분양과 시기가 맞물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일반 수요자로선 재건축 단지의 새 아파트보다 입지가 우수한 창릉ㆍ대곡지구로 몰릴 가능성도 낮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고양 일산서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A 씨는 “재건축 사업은 빨라도 7~8년이 소요되는데, 선도지구 물량이 먼저 나오면 수요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면서 “재건축 기대감으로 상승한 집값이 조정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선도지구 신규 주택이 재건축 아파트의 확실한 대체재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고양 덕양구의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B 씨는 “재건축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새로운 인프라가 갖춰진 입지에 새 아파트를 선택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고양에선 장항과 탄현지구도 조성에 속도를 내는 상황이다. 장항지구는 고양 일산동구 장항동과 일산서구 대화동 일대 약 156만㎡에 1만1857가구를, 탄현지구는 약 42만㎡에 2620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이다. 이미 고양 창릉지구는 고양 덕양구 일대 789만㎡에 3만8073가구 규모로 조성 중이다. 계획 인구만 9만1372명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 약 1800가구가 먼저 풀리고 2029년까지 나머지 물량도 순차적으로 공급된다.
이에 따라 대곡지구를 포함한 주택지구 4곳에 들어서는 주택만 6만1950가구 규모다. 1990년대 일산 신도시가 최초로 조성될 때 계획된 인구가 6만9000가구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물량이다. 특히 대곡지구도 향후 사업성 확보를 위해 현재 20%인 주거 기능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다면, 고양은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미 일산의 경우 연립주택 재건축 기준 용적률(170%)이 경기 성남 분당 신도시(250%)보다 낮은 상황에서, 인근 신규 택지 개발은 사업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요인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용적률이 낮으면 재건축 후 늘어나는 가구 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사업성이 떨어지면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일산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신규 택지 개발이 재건축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면서 “정부와 고양시가 기존 주민의 재산권도 고려한 균형 잡힌 정책을 펼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 일산서구 한 주민은 “재건축을 기다려왔는데 허상이 될까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대곡지구가 서울 서리풀지구처럼 장기 전세 등 임대주택 비중이 높을 수 있어서다.
신규 택지 개발과 재건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고양의 개발 계획에 균형 잡힌 발전을 위한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신규 택지 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재건축 용적률 상향이나 인센티브 제공 등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다른 도시계획 전문가는 ““결국 고양의 미래는 신구 주거 단지의 조화로운 발전에 달려 있다”면서 “두 가지 개발 방향이 상충하지 않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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