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미소짓고 있다./사진: 로이터=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내각 구성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내정자 면면을 보면 충성심과 반(反)중국 및 북한 정책에서의 강경기조가 두드러진다.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던 인물이 포함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당선 후 불과 5일 만에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해 국토안보부 장관, 환경보호청(EPA) 청장, 유엔대사 등 핵심보직 8개 자리의 주인을 낙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백악관 비서실장에 수지 와일스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명하고,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톰 호먼을 국경정책 총괄(일명 국경 차르)에 낙점했다고 밝혔다.
또 유엔 미국대사에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 환경보호청장에 리 젤딘 전 하원의원, 백악관 부비서실장에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등을 내정했다.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는 국토안보부 장관 발탁이 유력하다.
특히 외교안보라인의 ‘투톱’인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에 각각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을 낙점하면서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모두 의회에서 강력한 반중 강경파로 활동해온 인물들이다.
루비오 상원의원은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홍콩 제재법안을 주도하고, 중국발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이끄는 등 중국 견제에 앞장서왔다.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의 안보 위험성을 지적하고, 중국 자본의 미군 기지 인근 부동산 거래 제한을 추진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중 압박을 주도했다.
왈츠 하원의원 역시 하원 중국특위에서 활동하며 “우리는 중국공산당과 냉전 중”이라고 발언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했으며, 미국 대학과 학계를 중국의 간첩 활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들은 대북정책에서도 강경 기조를 유지해왔다. 루비오 의원은 2015년 김정은 위원장을 “수십 개의 핵무기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이곳을 타격할 수 있는 미치광이”라고 비난했으며, 왈츠 의원도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을 “위험하고 사악한 동맹”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강경파면서도 동맹을 중시한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1기와는 다소 차별화된 모습이다. 특히 루비오 의원은 오랜 ‘지한파’로 분류되며,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당시 “북한과 대화를 하는 데 있어 남한과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밝히는 등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12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기조가 윤석열 정부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며 향후 협력 강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조 장관은 “우방국의 역할 확대와 안보 기여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방향이 우리의 글로벌 중추국가 비전과 일맥상통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또 다른 특징은 ‘충성심’을 핵심 기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1기 때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등 주류 공화당 인사들과 잦은 갈등을 빚었던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에는 자신의 노선에 충실한 인사들로 진용을 꾸렸다. 특히 자신의 거주지가 있는 플로리다주를 거점으로 한 인맥이 대거 포진했다. 루비오 의원과 왈츠 의원을 비롯해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법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대부분 플로리다 연고의 인물들이다.
스터파닉 의원과 젤딘 전 의원, 밀러 전 선임보좌관 등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을 적극적으로 도운 것과 함께 바이든 정부의 환경정책 폐기, 불법 이민자 추방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뜻을 같이한 인물들이다.
이 밖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러시아ㆍ중동 문제를 조기에 매듭짓는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루비오 의원과 왈츠 의원 모두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기 종식을 주장해왔다. 왈츠 의원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존경하지만, 세계적인 대리전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도록 둘 수는 없다”며 협상을 통한 해결을 강조했다. 루비오 의원 역시 “전쟁을 끝내는 방법은 협상을 통한 합의가 현실”이라며 같은 입장을 보였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