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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주로 칼럼] 러닝 코스에서 느끼는 건설산업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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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1-14 06:00:16   폰트크기 변경      


건강을 위해 시작한 야외 러닝이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됐다.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면, 퇴근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뛰러 나간다. 처음에는 5㎞ 뛰기가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러워졌다. 10㎞ 이상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 일주일에 한번은 반드시 마라톤 하프(21.1㎞)를 뛴다. 보통 1시간 50분 내로 들어오는데, 그 쾌감이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좋다.

즐겨 찾는 러닝 코스는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그리고 경기도 과천까지 이어지는 양재천이다. 보통 도곡동 타워팰리스 지점에서 시작해 서초구 태봉로까지 3㎞를 뛴다. 여기서 방향을 전환해 강남구 탄천 합류부까지 6㎞를 뛴다. 이후 다시 서초구 태봉로까지 뛴다. 이렇게 해서 21.1㎞를 맞춘다. 양재천 러너들 사이에서도 이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고 한다.

양재천은 서울에서도 가장 훌륭한 러닝 코스 중의 하나도 손꼽힌다. 경사가 거의 없다시피해서 편하게 뛸 수 있는 데다, 오가는 자전거도 다른 러닝 코스에 비해서 적어서 부딪힐 위험이 없다. 양재천 좌우로는 메타세콰이어 숲길까지 조성돼 있어 계절별로 다른 나무 향기까지 느낄 수 있다.

알고 보니 서울은 러닝 ‘맛집’이다. 예를 들어 총 7.5㎞의 남산 둘레길 코스는 서울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여의도, 반포, 잠실 등을 잇는 무려 150㎞의 한강변 코스는 러너들에게 가장 접근성이 좋다는 점에서 명성이 높다.

덕수궁, 광화문, 경복궁, 북촌한옥마을, 종묘 등을 연결하는 8.7㎞ 코스는 서울의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명하다. 서울의 대표적인 호수이자 벚꽃 명소로 유명한 석촌호수의 2.5㎞ 코스는 남녀 커플들의 대표적인 러닝 코스다. 한강에 위치한 인공섬인 노들섬 코스는 총 길이가 1.5㎞에 불과하지만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마니아들이 많다.

게다가 러닝 코스 곳곳에 위치한 화장실이나 쉼터는 깨끗하기로 유명하다. 사용자를 배려한 각종 설비들도 구색을 갖추고 있다.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뛰다가 화장실에 에어컨과 온풍기가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고 한다. 러닝 인프라적인 측면에서 한국은 선진국 이상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러닝 코스는 대한민국 건설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끝없이 펼쳐지는 고속도로, 하루 수천대의 비행기가 오가는 공항, 3기까지 건설 중인 신도시 등 메가 프로젝트만이 건설산업의 역할이 아니다. 건설산업의 디테일은 이런 생활 SOC(사회기반시설)에 숨어 있다.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11월 중순임에도 낮에는 온도가 20도 가까이 올라간다. 때문에 10도 정도로 떨어지는 아침이나 저녁은 야외 러닝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오늘도 퇴근 후에는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달릴 생각에 기분이 설렌다. 많은 러너들이 서울 곳곳을 뛰면서 생활 SOC에 숨어 있는 건설산업의 위상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석한 기자 job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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