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트릿지' 기업가치 3.6조
그래핀스퀘어 '올해의 발명' 선정
누비랩 '푸드스캐너'로 맞춤 영양
식품 대기업 오너 3세 활약 '주목'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한국에서 푸드테크가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니다. 식재료에 맞는 적정 온도를 찾아주는 김치 냉장고부터 배달의민족 등 배달 플랫폼까지 모두 푸드테크 범주에 포함된다.
국내 푸드테크 시장은 초기에는 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맞춤형 식자재를 공급하거나 음식 주문ㆍ예약을 돕는 앱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이 같은 흐름이 로봇과 스마트팜(식물공장)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도 푸드테크 분야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기업)이 등장했다. 국내 첫 농식품 분야 유니콘 기업 트릿지다.
트릿지는 전 세계 주요 농산물에 대한 작황과 가격 정보를 수집ㆍ분석해 제공하는 기업이다.
트릿지의 기술력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에 있다. 이를 활용해 막대한 데이터를 분석, 기업에게 제공한다. 과거 인적 네트워크에 의해 움직였던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기준 트릿지의 기업 가치는 3조6000억원으로 평가 받았다. 전체 고객 중 대부분이 해외 기업일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
트릿지가 식재료를 다룬다면 고피자는 음식을 만드는 푸드테크 기업이다. 고피자는 ‘1인 피자’ 브랜드다. 2016년 야시장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현재 한국 포함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전 세계에 200여개의 매장을 열었다. 지난 2월 태국 대기업인 CP그룹으로부터 1000만달러(136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고피자의 기술은 초고온ㆍ저전력 오븐인 ‘고븐 미니’에 있다. 적은 전기 사용량으로 5분 안에 피자를 완성하는 크기가 작은 오븐을 개발해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영화관과 편의점 등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크기가 작고 빠르게 조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CGV와 GS25에 도입됐다. GS25는 연내 고피자 매장을 150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고피자는 피자 반죽 위에 부려진 소스, 치즈, 페퍼로니의 위치와 양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 시스템을 미국에 특허 등록하기도 했다.
토스트의 익는 정도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그래핀스퀘어도 있다. 그래핀스퀘어는 ‘꿈의 소재’라고 불리는 그래핀을 이용해 조리기기를 만들었다.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그래핀의 특징을 토스트기에 적용했다. 그래핀 키친 스타일러는 위와 아래가 투명해 재료가 익는 과정을 바로 볼 수 있다. 그래핀스퀘어는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발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잔반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을 읽는 업체도 있다. 누비랩은 AI 기술을 이용해 남은 음식 양을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영양 관리법을 제안한다. ‘푸드 스캐너’에 급식을 먹기 전과 후 식판을 스캔하면, 아이에게 부족한 영양부터 모자란 영양을 채울 수 있는 메뉴까지 추천해준다. 현재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도 푸드테크 영역에 들어간다. 잔반 수거 서비스 ‘업박스’를 운영하는 리코는 현재 삼성웰스토리, 신세계푸드, 스타필드 등 대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AI를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 양을 측정하기 때문에 배출량을 관리하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각 기업의 방향키가 될 수 있는 '오너 3세'들이 신사업으로 푸드테크를 낙점하고 있다.
한화푸드테크는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 피자’를 인수했다. 스텔라 피자를 운영하는 서브 오토메이션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들이 설립한 기업이다. 한화그룹의 3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은 이번 인수를 위해 미국 현지를 오갔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내부에 노화연구센터와 디지털헬스케어센터 등을 신설했다. 3세인 전병우 상무가 헬스케어BU장을 맡고 있다.
SPC그룹의 3세인 허희수 SPC 부사장은 AI를 활용해 개발한 신메뉴 출시회에서 직접 발표할 정도로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농심은 3세 신상열 상무가 이끄는 미래사업실에서 대체육과 스마트팜 등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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