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와 원화 가치의 나홀로 추락이 예사롭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에 편승해 미국 증시를 비롯한 각국 증시는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등 즐거운 비명이다. 하지만 한국 증시와 외환시장은 유독 트럼프 포비아에 떨고 있기 때문이다. 복합적 경제위기로 고착화하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14일 코스피는 반발매수세로 강보합 마감했지만 전반적으로 활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10만원을 넘보던 삼성전자 주가는 5만원대가 깨졌고, 트럼프 당선 이후 1조5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외국인들은 여전히 매도 우위를 고수한 것이다. 개인미투자자들도 미국 시장을 더 선호하는 ‘머니 무브’가 본격화한 모습이다. 이날 원ㆍ달러 환율은 당국의 구두 개입에도 달러당 1400원대를 유지해 당분간 강달러 추세는 지속될 것이란 시장 전망은 아직 유효하다.
수익률 세계 최하위 한국 증시와 원화값 역주행은 일차적으로 트럼프의 보편적 관세 폭탄에 기인한다.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주력 제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증시 ‘왕따’는 기업 가치 제고의 허약 체질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기업 투자를 옥죄는 노란봉투법, 고율의 법인세와 상속ㆍ증여세 부담, 세계적 흐름에 뒤지는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지원법, 이사 충실의무를 강조한 상법 개정 등 총체적 복합규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주가와 환율은 잠재적 기업가치이자 경제 펀더멘털의 척도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비정상의 정상화는 불확실성 제거가 첫걸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의 조기 회동이 긴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정부와 정치권, 민간기업의 발상 전환이 시급하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 CEO인 일론 머스크를 트럼프 2기의 ‘정부효율부’ 수장에 내정한 것과 같은 파격을 우리라고 못할 이유가 없다. 기업 규제가 계속되는 한 밸류업은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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