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페루 리마 국제컨벤션센터에서 31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다자 교역을 기반으로 한 공동의 발전’이라는 비전을 재확인하며 폐막했다.
특히, 미국 ‘트럼프 2기 집권 체제’를 앞두고 ‘관세 폭탄’ 등 보호무역주의 확산 기류에 대응하려는 각국의 고민 표출과 논의가 활발히 벌어졌다는 평이다.
윤석열 대통령 등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국 정상들은 16일(현지시간) 페루 수도 리마에서 다자 무역질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마추픽추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에는 △자유롭고 예측 가능한 무역ㆍ투자 환경 조성 의지 표명 △포용적 경제성장을 위한 노력 △무탄소ㆍ탄소중립 자원을 활용한 전력 확대 필요성 확인 등이 담겼다.
아태 자유무역지대(FTAAP) 의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담은 ‘이시마(Ichma) 성명’이 부속서 성격으로 함께 발표됐다.
마추픽추는 중남미 대표적 문명인 잉카 제국의 도시 유적, 이시마는 정상회의가 열린 페루의 수도 리마 수도권 지역에 자리 잡았던 문명을 의미한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 무역과 투자 촉진 등을 통해 새로운 국제무역 이슈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매체들은 회의 기간 일부 정상이 자유무역의 가치를 강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고심이 가장 극명히 드러난 것이 1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간 정상회담이다. 두 정상은 “회담장에 없는 사람, 바로 내년 1월에 재집권하면 중국에 더 공세적 접근을 하겠다고 약속한 도널드 트럼프에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에서 “자국 내 힘의 원천에 대한 투자와 전 세계 파트너 및 동맹국과의 연계는 바이든 행정부 외교 정책 접근 방식의 핵심이었다”고 평가했다.
한미일 3국 협력과 오커스(AUKUS, 미국ㆍ영국ㆍ호주 안보 협력체) 등으로 대표되는 동맹국과의 협의체들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팀플레이’를 해왔음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그러면서 “(미중) 경쟁이 충돌로 치닫게 해서는 안 된다”며 “그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기존 패권국의 힘이 약해지고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때 두 세력 사이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투키디데스 함정’을 거론하며 “신냉전은 해서도, 이길 수도 없다. 대(對)중국 억제는 현명하지도, 가능하지도, 뜻대로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양국 인민의 행복과 국제 사회의 공동 이익에서 출발해 현명한 선택을 하고, 두 강대국이 올바르게 공존하는 길을 계속 모색해 이 지구상에서 장기간 평화 공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 의장국 자격으로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으로부터 의장직을 인계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더 혁신하며, 번영하는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을 만들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중국은 2026년 APEC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사실상 결정됐다. 내년 시진핑 주석이 2014년 방한 이후 1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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