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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 국가핵심ㆍ첨단전략기술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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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1-18 14:24:24   폰트크기 변경      

기술수출ㆍM&A 등 정부 관여…MBK 해외 재매각 어려워
고려아연 “국내 공급망 안정화 발판 마련…경제안보 기여”
MBKㆍ영풍 “판정 환영…최대주주로서 해외유출 막을 것”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 고려아연 제공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판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동시에 이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도 지정했다.

18일 산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과 자회사 켐코가 보유한 ‘리튬이차전지 니켈(Ni) 함량 80% 초과 양극 활물질 전구체 제조 및 공정 기술’이 국가핵심기술과 첨단전략기술로 인정받았다.

고려아연은 지난 9월 MBK파트너스ㆍ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됐을 당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으며, 두 차례의 산업기술보호전문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근 판정이 확정됐다. 하이니켈 전구체는 양극재 전단계인 전구체에서 니켈 비중을 80% 이상으로 높여 에너지 밀도와 출력을 높인 것으로, 주로 고급 배터리용으로 쓰인다.

이번 판정으로 고려아연은 해당 기술을 엄격하게 관리해야 한다.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에 따라 기술 보호 조치를 시행해야 하며, 해당 기술의 수출이나 해외 인수합병(M&A)ㆍ합작투자 등을 진행할 때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ㆍ경제적 가치가 높고, 해외 유출 시 국가안전보장이나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정부로부터 공식 인정받은 것이다.

또 MBKㆍ영풍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불가능해진 건 아니지만, 향후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을 추진한다면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고려아연은 이번 기술 인정을 통해 순수 국내 기술로 전구체의 국내 자급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전구체의 대중 수입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상황에서, 국가 경제 안보 차원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전구체 국산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자회사 켐코를 통해 울산시에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착공했으며, 내년 중 시험 운전을 앞두고 있다. 또 2022년 LG화학과 합작법인 ‘한국전구체’를 설립해 지난 3월 연간 2만t 규모의 전구체 생산공장을 완공했다. 이곳은 세계 최대 용량의 반응기를 사용하는 등 혁신 공정을 전 세계 최초로 적용하면서 시험 가동 2주 만에 시제품 생산에도 성공했다. 이를 통해 한국전구체는 중국 기업 등 다른 경쟁사보다 고품질의 전구체를 생산하는 동시에 생산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원천기술을 통해 전체 공정 시간 단축과 공정 비용 절감, 라인 편성 효율 개선 등으로 전구체 생산성을 높이고 우수한 품질의 제조가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국가핵심기술 인정으로 글로벌 경쟁에서의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배터리 산업의 경제 안보에도 기여할 전망이다”고 밝혔다.

MBKㆍ영풍 측과 임시 주주총회 등에서 경영권을 놓고 표 대결을 펼칠 고려아연은 이번 판정을 ‘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을 강화하는 논거로 활용할 전망이다. 최근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내세웠던 최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되면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고려아연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MBKㆍ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으로 추정되는 약 34.65%보다 5%p(포인트) 이상 앞서가고 있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 등 ‘제3지대’ 주주들의 표심이 경영권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으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야 하고 장기적인 관점과 안목, 성장성을 지키고 우리나라 경제의 주춧돌로서 기여해야 한다는 점에 모두 동의하실 것”이라며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발전을 믿고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 합리적 선택해오신 주주분들과 함께 다가올 주주총회에서 승리해 회사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분쟁 상대방인 MBKㆍ영풍 측도 이날 판정을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공개매수 시점부터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고려아연이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글로벌 톱 레벨의 기술력이 꽃 피울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신속히 개선하면서 기업가치ㆍ주주가치를 강화하겠다고 수차례 말씀드렸다”며 “최대주주로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들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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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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