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에이태큼스) / AFPㆍ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의 사용을 허가하며 전쟁 양상이 또 한번 요동칠 모양새다. 그동안 승인을 주저하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북한군의 참전과 2개월 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곧바로 ‘세계 3차대전’을 운운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응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지원받은 지대지 미사일로 러시아 내부에 있는 표적을 공격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는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ㆍ에이태큼스)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로 사거리가 약 300㎞에 이른다.
NYT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사일이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 있는 우크라이나 병력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군과 북한군을 상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번 정책 전환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군이 취약하며, 북한이 병력을 더 보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기 위해서라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러시아군은 지난 8월 우크라이나의 공세로 뺏긴 쿠르스크 등 자국 영토를 전부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포함한 5만명의 병력으로 대규모 공세에 나설 태세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두 달 앞두고 중대한 정책 전환이 이뤄진 점이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며, 러시아가 이미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계속 소유하는 조건으로 전쟁을 끝내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휴전 협상 시 러시아에 뺏긴 자국 영토와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영토를 교환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쿠르스크를 탈환하면 그만큼 추후 협상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
러시아에서는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미국 등 서방국가를 압박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기 시작했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러시아 상원의원은 이번 결정이 “이것은 3차 세계대전의 시작을 향한 매우 큰 발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에 대한 타격을 허용할 경우 이는 서방과 러시아가 직접 싸우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국 CNN 방송은 이번 결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물려받을 전쟁의 위험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무기 지원을 요청할 때마다 결정을 보류하다 우크라이나에서 그 요청을 거두는 듯한 모습을 보일 때야 이를 승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치는 상징성이 매우 크며, 오랫동안 결정이 미뤄지면서 강력함이 더 부각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평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가 물려받을 것은 훨씬 더 심각한 위기로 치닫고 있는 전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바이든의 결정에 대해 “아버지가 평화를 만들고 생명을 구할 기회를 갖기 전에 군산복합체가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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