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 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이 이차전지 핵심소재 기술에 이어 전략광물자원인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아연 제련 독자기술 ‘헤마타이트(Hematite) 공법’까지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진한다.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MBK파트너스ㆍ영풍 연합(이하 MBK 연합)의 인수 시도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21일 고려아연은 산업통상자원부에 ‘격막 전해 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과 ‘가입 침출 기술을 활용한 황산아연 용액 중 적철석(Hematite) 제조 기술’ 등 2건의 제련 기술에 대해 국가핵심기술 지정 건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안티모니는 섬유ㆍ플라스틱ㆍ전자기기의 불연성을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전략광물자원 중 하나로, 고려아연의 제조 기술은 기존 건식 제련법 대비 제조 원가를 60% 낮출 수 있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안티모니를 생산하며 국내 수요의 60%를 책임지고 있다.
헤마타이트 공법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철을 경제적ㆍ효율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고유 기술이다. 전 세계 32개국에서 특허를 획득했으며, 현재 글로벌 제련소 중 이 기술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고려아연이 유일하다.
고려아연은 신청서를 통해 “방위 산업과 첨단 기술 산업에 반드시 필요한 희소금속인 안티모니의 특성 등을 감안할 때 이 기술의 해외 유출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받기도 했다. 연달아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추진하는 건 MBK 연합의 해외 재매각을 어렵게 하면서 경영권 인수 시도를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당 기술의 보유 기업은 법률에 따라 보호 조치를 실시해야 하며, 기술 수출이나 해외 인수합병ㆍ합작투자 등을 진행할 때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가치를 올린 뒤 지분을 매각하려는 MBK의 구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가총액만 20조원에 달하는 고려아연을 인수할 국내기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MBK 연합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최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이차전지 등 신사업 분야를 떼고 제련업을 중심으로 나머지 부문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번에 국가핵심기술로 신청한 제련 기술들도 인정받으면 해외매각까지 어려워진다.
현재 MBK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다.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으로 추정되는 약 34.65%보다 5%p(포인트) 이상 앞서가고 있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국민연금 등 ‘제3지대’ 주주들의 표심이 경영권 향배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열세에 놓인 최 회장 측은 국가핵심기술 판정 등으로 ‘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을 강화해 표심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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