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남부발전 750GWh 유일
나머지 응찰사 상한가 초과
개설물량 6500GWh 무색
우협 발표시한 3시간 전 결과 유출 논란도
삼척 수소화합물 저장 인프라 조감도./ 사진:남부발전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세계 최초로 한국에 개설된 청정수소 발전시장(CHPS)이 흥행에 참패했다. 입찰 당시부터 발전공기업 위주로 응찰하면서 6500GWh 규모의 공고물량을 다 채우지 못했는데, 그나마 제출된 사업 제안서들이 상한가를 초과하면서 1개 프로젝트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대상 물량은 750GWh로, 공고 물량의 11% 밖에 되지 않는다.
24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지난 22일 청정수소 발전시장 우선협상대상자로 남부발전의 750GWh 프로젝트만 유일하게 선정했다. 남동ㆍ중부ㆍ동서 등 발전공기업과 SK이노베이션E&S는 입찰가격이 상한가격을 초과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지 못했다. 남부발전이 전력거래소와 최종 발전 계약을 맺어도 공고 물량의 10분의 1만 채워지는 셈이다.
남부발전은 삼척그린파워 1호기를 대상으로 2028년부터 석탄ㆍ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개시해 연간 70만t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다른 응찰사도 기존의 화력발전소를 활용해 암모니아 또는 액화천연가스(LNG)ㆍ수소 혼소를 제안했지만, 모두 상한가를 초과했다.
발전업계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는 반응이다. 국내 청정수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입찰시장 개설을 강행했다는 시선이 있었는데, 이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 발전업계 관계자는 “청정수소 전소는 물론이고, 암모니아 혼소만 해도 기술적ㆍ물리적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 2028년부터는 발전소를 운전해야 하는데, 사업 리스크가 너무 컸다”라면서, “애초 민간에서 들어가기 쉽지 않기도 했지만, 한 곳만 선정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청정수소 발전은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그 시기가 꼭 올해여야 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다”라며, “내년에도 입찰시장은 열린다. 올해 무리해서 발전물량을 확보할 이유는 없다”고 전했다.
전력당국의 청정수소 입찰시장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불가피해졌다. 이번 입찰에서 상한가는 비공개로 공고됐는데, 청정수소 생태계가 걸음마 단계인 점을 고려해 공개로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소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진 연료 도입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는데, 입찰가격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입찰시장 주관사의 미숙함도 다시 한번 드러났다. 전력거래소는 청정수소 입찰 우선협상대상자 발표일을 22일 오후 6시로 공고했다. 이마저도 전체 공개가 아닌 응찰사만 개별적으로 선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 이날 오후 3시경 일부 사업자에게 전체 우협 선정 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지난 3차 일반수소 입찰 과정에서도 마감일 당일 전산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재공고 입찰을 진행한 바 있는데, 전체적인 입찰 시스템 운영의 신뢰도가 흔들리게 됐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우협 결과가 몇몇 사업자에만 미리 공유되는 건 타 입찰시장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여러모로 세계 최초 청정수소 시장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졌다”고 평가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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