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무성의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24일 오후 니가타현 사도섬 서쪽에 있는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한국 정부가 25일 오전 9시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 인근 조선인 기숙사였던 ‘제4상애료’ 터에서 별도의 추도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는 24일 개최된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조성된 자리다.
외교부에 따르면 25일 열릴 우리측 별도 추도 행사에는 한국 유가족 9명과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참석한다. 행사에서는 일제강점기 사도광산에서 강제 노역한 조선인을 추모하는 추도사 낭독, 묵념, 헌화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당초 한국 정부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참석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표인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이력 문제 등으로 전날 전격적으로 불참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지난 7월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한국의 등재 동의를 얻기 위해 매년 현지에서 열기로 약속한 첫 노동자 추도식은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했다.
양국 정부는 추도식 개최 협의 과정에서 명칭부터 일정, 중앙정부 참석자 등을 둘러싸고 견해차를 보이며 갈등을 빚어왔다. 한국에서는 일본 측 추도사에 조선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내용이 담길지가 불투명하고, 한국 유가족의 추도식 참석 경비를 우리 정부가 부담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개최한 사도광산 추도식은 이날 오후 1시 니가타현 사도시 소재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렸다.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은 추도사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1989년 폐산에 이르기까지 사도광산의 개발은 계속됐고, 광산 노동자들 중에는 1940년대에 전시 노동자에 관한 정책에 따라 한반도에서 오신 많은 사람들도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은 “한반도 출신 노동자들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적 상황으로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 땅에 도착해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안타깝게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지금이야말로 선인들이 이어온 역사를 되새기고, 이를 미래에 계승해 가야 한다”면서 “앞으로 니가타현 및 사도시와 한국과의 관계가 더욱 강화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언급된 ‘한반도 출신 노동자’는 일본이 지난 7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한 뒤 가노 다케히로 주유네스코 일본대사를 통해 냈던 입장문에 담겼던 표현이다.
이쿠이나 정무관이 이같은 표현을 추도사에 언급한 것은 이번 추도식이 정부의 불참 결정으로 파행된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추도사의 상당 부분을 ‘한반도 노동자’ 관련 설명과 한일관계에 할애했다. 다만 우리 측이 기대했던 ‘강제징용’ 등 과거 일본이 강제적으로 조선인 노동자들을 징용했음을 시인하는 표현은 없었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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