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이 한반도 지도 모양의 상표 등록 여부를 둘러싼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현행법상 상표 등록이 불가능한 ‘지도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사진: 성경식품 홈페이지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성경식품이 “상표 등록을 불허한 특허심판원 심결을 취소해 달라”며 특허청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조미김 제조ㆍ판매업체인 성경식품은 1994년쯤부터 조미김, 자반 김, 도시락 김, 건조된 김의 포장지에 한반도 지도 모양을 사용해왔다. 이후 이 회사는 한반도 지도 윤곽선 형태의 상표를 출원했지만, 2020년 특허청은 “상표법상 상표 등록이 불가능한 ‘지도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한다”며 등록을 거절했다.

상표법에 따르면 ‘현저한 지리적 명칭이나 그 약어(略語) 또는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없다. 다만 상표 등록을 내기 전부터 상표를 사용해 ‘수요자 간에 특정인의 상표에 관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된 경우’에는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이에 성경식품은 특허심판원에 불복심판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현행법상 특허심판원의 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은 일반적인 3심제와 달리 ‘특허법원-대법원’의 2심제로 진행된다.

하지만 특허법원은 “성경식품이 출원한 상표는 일반 수요자에게 사회통념상 대한민국 지도로 인식돼 상표법상 ‘지도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장기간 사용해 독자적인 상표로 ‘식별력’을 취득했는지에 대해서도 “성경식품이 1994년경부터 가공된 김을 생산ㆍ판매하면서 꾸준한 홍보, 마케팅 활동을 통해 판매량과 시장 점유율이 상당한 정도에 이른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출원 상표가 다른 사용표장인 ‘성경’과 ‘지도표’ 등과 같이 사용된 실사용표장들과는 별개로 독립해 수요자 사이에서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성경식품은 특허법원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지도만으로 된 상표’의 해석 및 판단, 상표의 식별력 판단 등에 관한 법리 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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