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청동기 정(鼎)의 형태를 본떠 만든 향로가 시선을 끌어 모은다. 북송시대 제작된 ’가요 청유 정식 삼족 향로‘가 쏟아내는 기세가 더욱 좋다. 정은 중국 고대 제례용 기물이다. 보통 세 개 혹은 네 개의 다리와 양쪽에 귀가 달린 형태를 갖추고 있다. 청색 유약이 돋보이는 향로에 지렁이가 지나간 듯한 ’니문(蚯蚓走泥文)'이 새겨있다. 유약을 두껍게 시유한 후 소성 과정에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표면에는 얼음이 갈라진 갈색의 빙렬(氷裂) 무늬가 눈에 띈다. 중국 북송 시대 왕실 제사 문화의 특징을 엿볼 수 있는 진귀한 문화유산이다.
북송시대 제작된 ’가요 청유 정식 삼족 향로‘.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
북송시대 향로를 비롯해 비롯해 ‘여요 천청유 현문 삼족 향로’, 명나라 ‘청화 기린문 양머리 잔’ ‘청화 유리홍 연못풍경문 합’, 청나라 호박 코끼리상, 소ㆍ여우 모형의 비연호((鼻煙壺ㆍ코담배) 등 희귀한 중국 도자기들이 경매시장에 대거 쏟아져 나온다.
다보성갤러리가 이달 28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진행하는 ‘제10회 중국 문화유산 온라인 경매’를 통해서다. 소장가치가 있는 도자기는 물론, 먹(墨), 호박(琥珀), 비연호 등 다양한 분야의 중국 문화유산을 망라했다. 출품작은 모두 42점으로 낮은 추정가 총액만도 수십억원에 달한다.
중국 문화유산 컬렉션에 관심이 있는 애호가들은 물론 골동품 매니아들이 재테크 수탄으로 배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문화예술 부흥에 동참하는 중국 수집가들이 서양인이 소장한 골동품을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몽땅 사들이면서 가격도 폭등하고 있는 추세여서 아트테크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은 “다보성은 다양한 유물들을 다수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분들에게 공개를 해서 검증도 받고, 평가도 받기 위해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점차 활기를 띨 것으로 예상되고, 골동품 애호가 역시 늘고 있는 상황이어서 문화유산 투자는 매력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보성갤러리는 이번 경매에 송나라 시대 진귀한 도자기 유물을 전략 상품으로 전면에 집중 배치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북송시대 궁중 제사에 쓰이는 신성한 제기 ‘여요 천청유 현문 삼족 향로’다. 세 개의 다리를 가진 이 향로의 입 부분은 유약이 약간 벗겨져 있지만 몸통 전체에서 부드럽고 매끄러운 천청색이 발현된다. 표면에는 미세한 빙렬이 형성되어 있어 고급스러운 질감을 더했다. 향로의 몸체에는 가로로 줄무늬가 이어져 있어 표면에 입체감이 느껴진다. 중국 고미술분야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 바닥에는 '지정지마흔(支釘芝麻痕)'이 보이는데, 이는 도자기를 구울 때 시유한 도자기를 뾰족한 지정(支釘) 받침에 올려 굽는 과정에서 생긴 흔적으로, 참깨를 닮은 흔적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송나라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발 ‘용천요 청자 삿갓형 완’. 사진=다보성갤러리 제공 |
송나라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발 ‘용천요 청자 삿갓형 완’ 역시 새 주인을 찾는다. 삿갓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의 사발이다. 전체적으로 청유(青釉)가 고르게 번져 은은한 청록빛을 시현한다. 단순한 조형미와 자연스러운 유약의 색감이 소박하면서도 청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경매 시작가는 950만원이다.
명나라 시대 유행한 ‘청화 꽃가지 무늬 능화형 그릇’도 출품됐다. 폭 19.5cm 크기의 이 도자기는 바닥에 청화로 연꽃과 국화를 비롯한 다양한 꽃가지 무늬가 가득 그려져 있고, 여백은 파도 무늬로 채워져 있는 게 특징이다. 육각형의 기하학적 무늬가 연속적으로 그려진 측면은 직각으로 서 있다. 능화(菱花) 모양의 입구는 활짝 핀 꽃을 연상시킨다.
명나라 선덕황제 시대 ‘청화 기린문 양머리 잔’. 사진= 다보성갤러리 제공 |
명나라 선덕황제 시대 도자기 ‘청화 기린문 양머리 잔’도 85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상주시대 청동기에서 유래한 양머리 모양의 잔이다. 애초 중국에서 양(羊)은 상서로움의 양(祥)과 발음이 같아 길조를 상징한다. 양은 정면을 응시하며 긴 뿔이 잔의 구연부까지 이어져 있다. 잔 표면에는 청화로 바다 위를 나는 기린(麒麟)이 그려져 있는 게 흥미롭다. 사선 무늬가 새겨진 사다리꼴 모양의 굽은 높이가 있어 안정적이다 . 흔하지 않은 형태와 문양으로 관요에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며 귀족이나 관청에서 사용된 귀한 작품으로 보인다. 굽바닥에는 '대명선덕년제(大明宣德年製)'가 적혀 있어 명나라 유물임을 확인 할 수 있다.
명나라 건문황제 시대 궁중에서 사용한 청화 백자 '청화유리홍 용문 주자‘도 나온다. 중앙부가 안쪽으로 살짝 들어간 굴곡진 형태의 주전자다. 몸체에는 청화와 유리홍으로 구름 사이를 나는 용이 그려져 있다. 농도 짙은 문양의 색조는 담백한 매력을 더했다. 청나라 호박 하마상(경매 시작가 100만원), 명나라 방어로 여의형 주사먹(100만원), 청나라 건륭시기에 제작된 비연호와 화조도 유리 비연호(20만원)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경매에 올린다.
출품작들은 경매기간 동안 종로구 경운동 수운회관 다보성갤러리 4층에서 무료로 만나 볼 수 있다. 다보성갤러리는 반세기 동안 국내외 문화유산을 수집해 국제시장에 유통해온 국내 최대 고미술화랑이다. 특히 국공립박물관 및 국내 유수의 사립박물관에 보급하며 보존과 향유에 일익을 담당해 왔다.
김종춘 회장은 “내년 상반기 쯤에 20~30점의 진귀한 중국 유물들을 엄선해서 오프라인 경매도 진행할 예정”이라며“문화 애호가는 물론 일반 대중에게 중국 문화를 이해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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