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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부 최대 3.9만가구 동시 이주…부동산 시장 불안 ‘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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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1-26 17:46:01   폰트크기 변경      
이주 주택 없는 1기 신도시

해당 지역 마땅한 유휴부지 없고

중산층에 특혜ㆍ공실 문제 등 부각

선도 지역ㆍ주민 자체 해결에 무게

전문가들, 정부 방침에 ‘공감대’

실효성 있는 보완책 마련도 주문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정부가 3기 신도시 등지의 주택 공급을 통해 1기 신도시 재건축 ‘이주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각 지자체에 맡긴 이주 단지 계획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주민들의 임대주택에 대한 거부감도 강해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한 이주용 임대주택을 중산층 이상이 대부분인 1기 신도시 조합원들에게 부여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규모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풀리면 1기 신도시 일대의 전ㆍ월세 시장 불안이 가중할 수 있는 만큼, 촘촘하고 실효성 있는 보완책이 나와야 과거 ‘뉴타운’ 전철을 피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26일 국토교통부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1기 신도시 5곳의 선도지구 기본 지정 규모는 2만6000가구(최대 3만9000가구) 수준이다. 이들 선도지구는 오는 2026년 이주를 시작해 2027년 착공에 나설 예정이다. 정부 계획대로 2027년 착공하면 선도지구 주민은 그전에 이주를 마쳐야 한다. 2만6000가구에 해당하는 수요가 시장에 일시에 풀리는 셈이다.

그러나 이들 주민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이주대책은 명확하지 않다. 이주단지 조성뿐 아니라 이주민을 위한 주택도 없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당초 이주 단지를 만든 뒤 공공임대 등으로 전환하겠단 계획을 내놓았지만 뒤집은 셈이다.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주택공급을 늘리고 인근 구축아파트를 적절히 활용해 이주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도 1기 신도시 이주대책과 관련한 정부의 이런 방침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주 주택을 지으면 추후 활용 문제가 지속 발생할 수 있고, 무엇보다 중산층 이상 이주민까지 정부나 지자체가 책임지는 것이 양극화한 부동산 시장에서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실제 성남 구도심 재개발 당시 건설한 ‘순환 이주용 주택’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3년 이상 공실로 남았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성남 구도심 재개발 때 부동산 경기 둔화로 순환 이주용 임대주택이 3~4년 동안 공실로 있었다”며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 등 불확실한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원칙적으로 저소득층 주거 안정을 위해 써야 할 영구 임대주택 등 이주용 단지가 분당과 고양 일산 등 중산층 이상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면서 “정부로선 사실상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황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비사업 관련 한 전문가는 “이주 시점에 시공사 등에서 이주비용도 일부 받을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산층 이상 주거 대책은 스스로 세우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

정부가 대안으로 영구 임대주택 재건축 방안을 제시했지만, 1기 신도시 지자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기존 임대주택 입주민도 이주시켜야 하는 추가 수요가 발생하는 데다, 임대주택 재건축 자체도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해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대표는 “일산의 경우 인근 농지 등을 활용해 이주 주택을 마련할 수도 있겠지만 당장 분당, 군포 산본, 안양 평촌 등은 더 지을 수 있는 땅조차 마땅치 않다”면서 “각 지자체별 유휴부지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지만 유휴부지는 말 그대로 원래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은 아니어서 이주민 반발도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서울 등 전국의 정비사업이 이주주택 등의 고려 없이 진행됨을 감안하면 특혜 시비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산은 창릉, 중동은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개발과 연계해 이주 수요를 확보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전ㆍ월세 시장 불안이 다소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 교수는 “이주민의 거처를 재단할 수 없고 특정 지역에 수용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 선도지구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며 “이주 대책에 집착해 추진하면 선도지구 사업에 몰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체 일정이 꼬여서 제대로 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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