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동행카드 이용권역. |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시가 ‘대중교통 지원 정책’ 예산 정상화를 추진한다. 전국 최초 무제한 대중교통요금제 ‘기후동행카드’로 이미 국비 사업인 K패스 예산을 절감했는데, 이에 대한 재정지원은 없어 재정형평성 문제는 물론 재정부담도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여당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국비 900억원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예산 900억원은 서울시가 서울교통공사와 버스업계에 지급할 분담 지원금 절반이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5000원만 내면 버스부터 지하철, 따릉이(자전거)까지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이다. 올해 1월 이 제도를 시행한 이래, 실물카드가 일대 품절되는 등 이용규모는 급증했다. 9월 기준 서울 지역 내 대중교통 카드 결제건수만 432만7603건으로 서울 대중교통 이용자 11.8%가 기후동행카드 고객이다.
전액 시비를 투입해 진행 중인 기후동행카드 사업에 국비 900억원을 요청한 이유는 재정지출의 불합리성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를 통해 K패스 이용자를 흡수, 국가사무를 대신하고 있다. 서울시민은 대중교통 지원 정책 중 기후동행카드와 K패스 두 가지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평균 기후동행카드 사용자 수는 50만9877명인데, 이 50만명은 기후동행카드가 없었다면 모두 K패스 사용자 군에 포함된다.
K패스는 올해 5월부터 기존 알뜰 교통카드 환급제도를 확대 개편해 전국에서 시행 중인 제도다. 월 15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용자에게 대중교통요금 지출액의 20∼53%를 최대 60회까지 적립해 환급한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 활성화로 국비사업인 K패스 예산의 최소 400억원 이상을 절감시켜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을 넘어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부턴 김포시(김포골드라인), 8월엔 구리와 남양주시(별내선), 오는 30일엔 고양시와 과천시민도 기후동행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사실상 기후동행카드는 서울시에서 나아가 범 수도권 교통지원 정책인 국가사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도 예산은 모두 서울시가 떠안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내년 대중교통비 지원에만 170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목 별로 서울시가 자체 운영 중인 기후동행카드 예산은 1109억원이며 대중교통비 환급 지원제(K패스) 예산으로는 시비 기준 597억원을 책정했다. 또 국비매칭 사업인 K패스는 서울시만 정부 부담액이 40%다. 나머지 지방자치단체는 모두 절반을 지원한다.
이 같은 불합리한 재정지출 구조는 시 예산 심사권자인 서울시의회에서도 우려하고 있다.
서울시의회사무처 재정분석담당관은 예산안 분석 보고서를 통해 “K패스는 전국적 규모의 국가사무인데, 이미 서울시는 국비지원 없이 이와 유사하게 교통비를 지원하는 기후동행카드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에 관련부처에 국고보조율 상향에 대해 적극적으로 건의할 필요가 있다. K패스와 기후동행카드를 서울시가 동시에 지속해 운영하면 시의 재정부담도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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