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으로 서울 등 중부지방에 폭설이 내린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이 운행을 포기한 차량들로 주차돼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올겨울 첫눈부터 폭설을 기록하면서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이날 전국에는 최대 21.9㎝(양평)의 눈이 내렸다. 특히 눈폭탄은 서울 등 수도권 서쪽 지역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27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서울에는 이날 20㎝ 안팎(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 최심치는 16.5㎝)의 많은 눈이 쌓이면서 1907년 10월 근대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1월 적설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에는 1972년 11월28일의 12.4㎝가 최고였는데, 52년 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월과 상관없이 서울에 가장 많은 눈이 쌓였을 때는 1922년 3월24일로, 당시 일최심 적설은 31.0㎝였다.
서울 자치구별로는 이날 오전 7시 기준으로 성북구에 20.6㎝, 강북구에 20.4㎝ 눈이 쌓였다. 서대문구(17.2㎝)와 도봉구(16.4㎝), 은평구(16.0㎝), 마포구(14.1㎝), 관악구(12.2㎝), 동대문구(12.0㎝), 노원구(11.4㎝) 등에도 10㎝가 넘는 적설이 기록됐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버스나 지하철 등이 연착, 지연되면서 출근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도로 위 차들은 빙판길에 속도를 내지 못해 느릿느릿 움직였고,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열차 2∼3대를 보낸 뒤에야 겨우 탈 수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서울 지하철 9호선은 폭설로 인해 일부 열차가 고장 나면서 대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강남 회사로 출근하는 30대 남성 A씨는 “폭설 예보에 출근길 혼잡을 예상해 일찍 나왔는데도 오히려 평소보다 회사에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혼란은 출근시간을 훌쩍 넘은 오전 9시30분쯤까지 이어졌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도 강남역 등 주요 지하철역에 사람이 몰려 혼잡하거나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 기준 경기 남부 일부를 제외한 수도권에 ‘대설주의보’를 발령했다. 대설주의보는 24시간 내려 쌓인 눈의 양이 5㎝ 이상 예상될 때 내려진다. 노원구와 성북구 등 서울 동북권역에는 대설주의보가 ‘대설경보’로 변경되기도 했다.
서울시는 기록적인 폭설이 이어짐에 따라 오전 7시부터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발령하고 인왕산로, 북악산로, 삼청동길, 와룡공원길 도로 4곳을 통제했다. 북한산과 설악산 등 7개 국립공원의 출입구 185곳도 통제됐다.
11월부터 1월까지 우리나라에 눈폭탄이 떨어진다면 대부분은 해기차(대기와 바닷물 간 온도 차) 때문에 서해상에 구름대가 만들어지면서 주로 충남과 호남에 많은 눈이 내린다. 겨울철 우리나라로 부는 찬 바람은 북풍이나 북서풍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현재 한반도 북쪽에 자리 잡은 절리저기압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가라앉으면서 백령도 부근에 기압골을 형성시켰고, 이 기압골이 수도권을 지나 눈구름대를 더 발달시키면서 서해상 눈구름대를 수도권으로 끌고 들어왔다.
눈은 전국적으로 28일 오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북부ㆍ강원중북부ㆍ영남은 27일 오후에서 밤까지 눈이 소강상태를 보일 전망이다.
27일 밤부터 28일 오전까지 수도권과 강원내륙ㆍ산지, 충청내륙, 전북동부, 경북북부내륙, 경남북서내륙에 다시 눈이 쏟아지겠으니 대비가 필요하다. 28일 오전 이후에도 강원중남부내륙ㆍ산지와 경북내륙에 같은 날 오후까지, 경기남부에 역시 같은 날 늦은 밤까지, 충청ㆍ호남ㆍ제주에 29일 늦은 밤까지 길게 강수가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경북내륙에 29일 이른 새벽, 서울ㆍ인천ㆍ경기남부에 29일 오후 다시 비나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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