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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포기했어요”… 폭설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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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4-11-28 13:12:53   폰트크기 변경      
이틀째 기록적 폭설…도로마비에 단전ㆍ단수

경기도 학교 1100곳 휴업


서울 등 중부지방에 내린 폭설에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이 운행을 포기한 차량들로 주차돼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폭설이 이틀째 이어지면서 많은 눈이 쌓인 수도권을 중심으로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28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에는 지역에 따라 최대 40㎝를 넘는 많은 눈이 내렸다. 관악구가 41.2㎝로 가장 많았고 △성북구 28.4㎝ △서대문구 27.9㎝ △구로구 27.2㎝ △동작구 25.1㎝ △마포구 24.4㎝ △강북구 23.1㎝ 등이다.

이날 오전 8시 기준으로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적설량은 28.6㎝로, 1907년 10월 근대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겨울을 통틀어 역대 세 번째 적설량을 기록했다. 역대 1위는 1922년 3월24일 31.0㎝, 2위는 1969년 1월31일 30.0㎝다.

경기 남부에는 서울보다 더 많은 눈이 내렸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용인 백암 47.5㎝ △수원 43.0㎝ △군포 금정 42.4㎝ △안양 만안 40.7㎝ 등이다. 수원에는 1964년 기상관측 이래 역대 가장 많은 눈이 쌓였다.

한꺼번에 내린 눈이 쌓이거나 얼어붙어 도로가 마비되면서 이틀째 출근길 교통대란도 계속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도로에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등 제설작업 총력전에 나섰지만, 워낙 많은 눈이 내린 탓에 일부 도로 마비가 불가피했다.

승용차나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하던 사람들 중 일부는 도로가 마비되자 아예 출근을 포기하고 재택근무를 하거나 연차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

용인 동백에 사는 A씨는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출근했는데도 새벽부터 도로가 주차장이 됐다”며 “1시간째 동네도 벗어나지 못하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체인을 장착하지 않고 나온 차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헛바퀴 도는 차들이 즐비했고, 여기에 버스들이 뒤엉켜 도로가 완전 마비됐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는 “무릎 높이까지 눈이 쌓여 보통 신발로는 걸어다니기 힘들 정도였다”고 전했다.

지하철 운행도 차질을 빚었다.

수인분당선을 비롯한 서울 지하철 일부는 운행이 지연됐다. 도로 마비에 지하철로 사람들이 몰린 데다, 선로나 차량 기지에 대기하고 있던 열차 등에 눈이 쌓여 제설작업이 필요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북에서 강남 회사로 출근하는 30대 남성 B씨는 “폭설에 평소보다 일찍 나왔는데도 수인분당선이 지연돼 출근길이 막혔다”며 “열차가 언제 정상 운행될지 몰라 왕십리역에서 나와 겨우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명동을 찾은 관광객들이 눈내리는 명동거리를 걷고 있다.  안윤수 기자 ays77@


유례없는 ‘11월 폭설’로 각종 피해도 속출했다.


이날 오전 5시쯤 용인시 처인구 백암면의 단독주택에서는 집앞 눈을 치우던 60대 남성이 쓰러진 나무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앞서 전날 오후에도 평택시 도일동의 골프연습장에서 제설작업 중 상부 철제 그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전날 오전에는 양평군 옥천면의 농가 내 천막형 차고에서 제설 중 붕괴가 발생해 1명이 숨졌다.


이날 오전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SKC 공장 내 인테리어 필름 보관 창고는 쌓인 눈 때문에 무너졌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사고 수습을 위해 현장은 통제됐다.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도 이어졌다. 전날 오후 평택시 고덕동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입구 지붕이 붕괴됐고,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의 아파트와 영화동의 아파트에서도 지하주차장 구조물이 무너져 내렸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주차장에서 차를 빼지 못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과천과 시흥에서는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이재민이 발생했고, 안성에서는 육교 지붕이 붕괴됐다.


이번 눈이 물기를 많이 머금은 ‘습설(젖은 눈)’이다 보니 쌓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천장이나 지붕이 무너진 경우가 많았다. 습설은 건설(마른 눈)보다 2∼3배 무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전과 단수 피해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염리동, 공덕동, 성산동 일대에서는 정전으로 총 750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마포구 창전동에선 대설로 나무가 쓰러져 배수지로 연결되는 전기선이 끊어져 단수가 발생하면서 이 일대 270가구에 수도 공급이 끊겼다.

공덕동에 사는 C씨는 “아침에 전기가 끊기도 수도도 끊겨 출근준비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출근길에는 눈에 미끄러져 사고가 난 차량도 봤다”라고 전했다.

걸어다니기조차 쉽지 않은 기록적인 폭설에 경기지역에서는 1100곳이 넘는 학교가 휴업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오전 기준 유치원 634곳, 초등학교 337곳, 중학교 107곳, 고등학교 95곳, 특수학교 1곳 등 모두 1174곳이 휴업했다. 관내 학교 4520곳의 26%에 해당하는 숫자다.

등하교 시간을 조정한 학교도 많았다. 등교 시간을 조정한 학교는 256곳, 하교 시간을 조정한 학교는 119곳으로 파악됐다.

앞서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관내 모든 학교에 ‘교장 재량하에 휴업을 적극 검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폭설이 예보된 상황에서 휴업 권고 공문이 늦은 탓에 등굣길에 나섰다가 집으로 발길을 돌린 학생들도 많았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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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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