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김희용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초읽기에 들어가며 저비용항공사(LCC) 시장도 재편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FSC 산하 LCC 자회사들이 통합 LCC로 재편될 예정된 가운데 기존 LCC 1위 사업자인 제주항공의 맞대응 전략과 함께 최근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대명소노그룹 변수까지 더해지며 시장 지형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2025년을 기점으로 LCC 시장의 ‘빅뱅’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진에어 B737-800 / 진에어 제공 |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따라 진에어를 중심으로 통합 LCC가 출범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PMI(합병 후 통합) 방침에 따르면, 매출액이 큰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서울, 에어부산이 통합되는 것이다. 이는 중단거리 노선의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통합 LCC는 진에어 30대, 에어부산 21대, 에어서울 6대 등 총 57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게 된다. 이는 현 LCC 1위인 제주항공(41대)을 크게 앞지르는 규모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0월 국제선 기준 3사가 운송한 여객 수는 1058만명으로, 제주항공(714만명)과 티웨이항공(544만명)을 크게 앞선다. 이는 아시아나항공(976만명) 수준에 육박하는 규모다.
통합LCC 출범에 응하려는 LCC 사업자들의 전략도 주목된다.
최근 LCC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움직임을 취한 곳은 대명소노그룹이다.
소노인터내셔널 본사 전경 / 소노인터내셔널 제공 |
티웨이항공 지배구조도 / 자료 :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
대명소노그룹의 계열사 소노인터내셔널은 지난 6월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로부터 티웨이항공의 지분 14.9%를 1056억원에 사들였다. 이어 8월에는 계열사인 대명소노시즌이 콜옵션을 행사해 잔여 지분 11.87%를 708억원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 지분율은 26.77%로 늘었다. 최대주주인 예림당 지분(29.97%)과의 격차는 불과 3.2%에 불과해진 상태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올 10월에도 에어프레미아 2대 주주인 JC파트너스가 보유한 지분 22.0%의 절반을 471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항공업계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넓혔다. 대명소노그룹은 잔여 지분에 대해서도 내년 6월 이후 사갈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다. 거래를 마치면 22.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현재 에어프레미아의 최대주주는 AP홀딩스으로, 우호지분을 합칠 경우 지분이 46.0%를 차지한다.
업계에선 이같은 대명소노그룹의 행보를 항공업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에어프레미아 항공기, 대명소노CI, 티웨이항공 항공기 / 각사 제공 |
오정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명소노그룹의 티웨이항공 인수 작업은 경영권 확보까지 2025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라며 “서 회장은 2대 주주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실제, 서준혁 소노인터내셔널 회장이 이끄는 대명소노그룹은 항공업 진출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 앞서 2011년 서 회장은 “기회가 된다면 저가 항공사를 인수해 기존 항공사가 주력으로 하는 동남아 노선 대신 유럽ㆍ미주 노선에 집중해 차별화를 이루는 것은 물론 대명리조트의 해외 진출과도 연계해 시너지를 낼 계획”이라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당시 대명소노는 티웨이 인수를 시도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대명소노는 이미 미국, 프랑스 등 해외에 여러 호텔과 리조트를 인수하며 해외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항공사의 노선과 자사의 글로벌 호텔ㆍ리조트 사업을 연계해, 항공ㆍ숙박업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으로 여겨진다.
제주항공의 LCC 1위 수성 전략도 주목된다. 제주항공은 진작부터 인수합병 대상을 물색하는 중이다.
제주항공 항공기 / 제주항공 제공 |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 7월 CEO 메시지를 통해 “현재 사모펀드들이 투자자로 항공사에 들어가 있으니 언젠가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면서 “그 시점을 알 수는 없으나 향후 기회가 왔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며 필요하다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사모펀드가 대주주로 들어와 있는 항공사는 티웨이항공(JKL파트너스), 에어프레미아(JC파트너스),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등이지만, 앞서 대명소노그룹이 발빠르게 에어프레미아와 티웨이항공의 지분을 늘렸다는 점에서 제주항공의 선택지는 이스타항공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3월 재운항에 성공한 이스타항공은 총 10대의 기단을 구축하며 덩치를 키운 상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형항공사 합병으로 LCC 시장이 1강(통합 진에어) 2중(제주항공ㆍ티웨이)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며 “수십년간 밀렸던 산업 구조조정이 1~2년 내 급격히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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