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건설경기 침체 ‘직격탄’
몸값 저렴한 중국인도 일 없어
고령의 내국인들 허탕치기 일쑤
내년 상반기에도 침체 이어질듯
[대한경제=박흥순 기자]“한국사람, 중국사람 가릴 것 없이 일거리가 없어서 태반이 그냥 집에 가요. 올 들어 더 심해졌다니까.”
2일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 국내 최대 새벽인력시장에는 600여명의 일용직근로자가 몰렸다. 폭설이 지나가고, 겨울치곤 포근한 날씨에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거리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다.
건설근로자들이 모이기 시작한 2일 새벽 4시30분 남구로역 인근 새벽인력시장 모습. /사진:박흥순 기자 |
새벽 4시부터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근로자들은 5시가 되자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주말에 있었던 일 등을 이야기하면서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지는 않았는지 주위를 연신 두리번거렸다.
16년째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박병원씨는 “오늘도 새벽 4시에 나왔는데, 일거리를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일 잘하는 사람들도 한 달에 7일밖에 일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대부분 일주일에 하루, 한달에 4일 정도 일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자리를 구해 승합차를 기다리는 건설근로자 모습. /사진:박흥순 기자 |
남구로 새벽인력시장 한쪽에서 근로자들에게 따뜻한 차를 제공하는 홍병순씨는 “나오는 사람은 계속 나와 일자리 찾는 사람이 줄어든 것 같지는 않다”면서 “사람은 넘쳐나는데, 일자리가 없어서 대부분 그냥 돌아간다”고 씁쓸해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오늘도 일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하며 근로자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알자리를 구하지 못한채 발걸음을 돌리는 근로자. /사진:박흥순 기자 |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근로자는 “예전에는 중국인 근로자가 값싼 인건비로 일자리를 쓸어갔는데, 요즘에는 그 사람들조차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하물며 우리같이 나이든 한국인 근로자는 일감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근로자들이 일터로 향하는 승합차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박흥순 기자 |
이날 새벽인력시장은 오전 5시30분 절정을 이룬 뒤 오전 6시를 전후해 근로자들이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흩어지기 시작했다. 6시30분이 되자 수백명의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새벽인력시장은 허탈하게 막을 내렸다. 새벽 3시30분부터 6시30분까지 3시간 동안 일터로 향하는 승합차에 올라탄 근로자들은 전체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새벽인력시장이 활력을 잃은 것은 건설경기 침체 탓이다.
국토교통부의 ‘건축허가·착공·준공’ 통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0월까지 착공한 건물은 1만836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2만5588동)보다 12.6%(1만5825동) 줄었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내년 상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2.1% 감소한 295조300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며 “정부·기업·가계의 낮은 투자 여력, 대출 규제,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여파, 여전히 높은 공사비 등은 건설경기 회복의 제약 요소로 작용해 건설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흥순 기자 soo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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