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전세 매물 4600건 역대 최다
송파구 등 매물 쌓이고 가격 하락세
신축 열풍 속 구축 가격 충격 커질 듯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 단지 모습. /사진:이종무 기자 |
[대한경제=이종무 기자] #. 지난주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전세를 알아보던 전모 씨(44)는 적잖이 당황했다. 조합원 전세 매물(전용 면적 84㎡)을 알아봤는데 두 달 전 9억3000만원이던 전셋값이 8억원 중반대까지 떨어져 있어서다. 남향이거나 지하철역에 가까운 선호 입지는 8억원 후반~9억원대에 달했지만 불과 2개월 만에 크게는 8000만원 가량 떨어진 매물이 등장한 것이다. 전 씨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셋값이 매매가만큼 비싸다고 해서 걱정이었다”면서 “오히려 지금은 집을 안 보고 계약해도 될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림픽파크 포레온 전세가격이 진정세를 보이는 데는, 1만2032가구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지난달 27일부터 입주를 시작하면서다.
입주가 본격화하고 매물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전셋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셈이다. 실제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의하면 강동구 전세 물건은 지난달 말 기준 약 4600건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약 3000건이 올림픽파크 포레온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대단지 입주 시점에 전세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변 지역 전셋값이 떨어지는 ‘입주장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강동구와 송파구 전세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각각 3주 연속, 4주 연속 내렸다. 강동구와 연접한 송파구는 전세 물량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지난 5월 말까지만 해도 약 3000건에 그쳤던 전세 매물이 몇 달째 3300건대로 치솟았다.
올림픽파크 포레온과 가까운 기존 송파구 아파트는 이미 전셋값이 요동치고 있다.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83㎡(18층)는 지난달 28일 임차인과 6억5000만원에 전세 갱신 계약을 맺었다. 지난 10월28일 같은 면적(8층)이 7억5000만원에 재계약한 점을 고려하면 1억원 낮게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이 단지 전용 83㎡ 12층은 지난 10월23일에도 7억원에 전세 거래되기도 했다.
올림픽선수기자촌이 준공 30년 이상된 구축을 감안하면 최근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등 열풍으로 인근 구축 단지는 전셋값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올림픽파크 포레온은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9510가구)보다 가구 수가 26.5%나 많은 만큼, 최소한 입주가 마무리되는 내년 3월까지 전세 수요를 대거 빨아들이며 주변 단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본격적인 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장이 시작되자 재건축 과정에서 주변 단지로 이주했던 조합원의 걱정도 커졌다. 현재 거주하는 전셋집에 세입자가 들어와야 전세금을 돌려받고 입주할 수 있는데 전셋값이 떨어지자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송파구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조합원 A 씨는 “지금 사는 집은 전세를 주고 전세금으로 잔금을 치르려고 했는데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일정이 꼬이고 있다”면서 “집을 보겠다던 사람도 방문을 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무 기자 jm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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