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심화영 기자] 2014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은 공공IT 불모지였다. 전자정부 1위 국가인 한국의 IT서비스기업들은 ‘우편물류시스템’과 ‘ITS시스템’ 구축 사업 등을 따내며 실크로드를 열었다. 당시 카자흐스탄의 행정수도인 이스타나에서 기자가 만난 현지 공무원들은 IT인프라를 전수받기 바빴다. 10년이 지난 지금, 글로벌 IT시장은 진화했고 한국의 공공IT 분야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2024년, 글로벌 IT시장의 중심축은 현지나라에 가서 납품하는 ‘구축형SW(패키지ㆍSI)’에서 ‘서비스형SW(SaaS)’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클라우드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한국인터넷진흥원으로부터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 인증을 받은 것은 국내 공공IT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없어 물리적 망분리를 할 수 없는 외국계기업이 규제완화로 시장에 뛰어들게 됐다.
이는 한국 IT산업에 양날의 검이다. 국내 공공기관들이 세계적 수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할 기회를 얻게 됐지만, 다른 한편으론 국내 SW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인공지능(AI)ㆍ클라우드 시장이 본격 개화되는 시점에서 외국계기업에 대한 진입장벽이 무너졌다. 이 변화는 우리나라 공공클라우드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수 있다.
국내 민간 클라우드 시장은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MS가 8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이제 공공 부문마저 해외 기업에 내주게 된다면, 국내 SW기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공공클라우드를 특정 외국계 SW에 의존하게 된다면, 데이터 주권과 국가 안보 측면에서 보안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바꿀 가능성도 상존한다. 최근 ‘SW산업인의 날’ 축사에서 조준희 한국SW산업협회장은 “SW산업이 한국을 부흥시키는 분야가 되려면 수출산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동ㆍ동남아시아ㆍ북아프리카는 미국 빅테크 기업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추려 하고 있다”고 했다. 조 회장이 지적했듯, 많은 국가들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한다면 이는 한국 기업에게 시장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전자정부 선도국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기술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공공클라우드 시장 개방은 한국 IT산업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
‘공공클라우드’ 빗장은 풀렸고, 국내 SW기업들의 우산은 사라졌다. 우리 기업들은 위기와 변화를 혁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단순히 해외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에 의존하기보다, 무한경쟁에 정면 승부할 차별화된 ‘K-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하고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국내 SW기업들이 AI시대에 걸맞는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세계시장을 뚫는 길만이 바로 ‘전자정부 강국’ 한국의 새로운 도약을 가져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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