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SKㆍ현대 등 계열사별 대책 검토
환율ㆍ원자재 수입 상황 등 집중 논의
경제단체들 주요 행사 줄줄이 취소
[대한경제=한형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후폭풍으로 환율ㆍ주가가 출렁인 4일 산업계는 하루종일 긴장한 모습이었다. 재계 주요 행사는 잇따라 취소됐고, 주요 기업들은 긴급 경영진 회의를 소집해 금융시장 불안 등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날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밤 사이 긴박하게 전개된 상황을 예의주시하느라 뜬눈으로 밤을 샌 데 이어 이날 오전부터 긴급회의를 소집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영향을 분석하느라 분주했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10시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관으로 주요 경영진 회의를 소집했다.
삼성전자 역시 각 부문별 긴급 점검회의를 진행했고, 현대자동차도 내부 회의를 통해 향후 그룹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했다. HD현대와 포스코도 이날 오전 회장과 임원 등이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계엄령 후폭풍 대책을 검토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계열사별 대응 전략을 수립하려는 것이다.
앞서 여의도에 사옥이 있는 LG는 이날 새벽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비상계엄 관련 여의도 상황이 좋지 않아 트윈(사옥) 동관, 서관 모두 재택근무를 권고한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주요 기업들은 이날 긴급 회의에서 환율 상승과 원자재 수입 상황 등에 대해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등과 직결될 수 있는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모색에 나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여파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수출경쟁력이 좋아질 수 있겠지만, 결국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환율 상승은 ‘기업의 부채 증가→재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지는 악재 요인이 된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외화부채가 28억달러(약 3조9230억원)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270억원 규모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ㆍ석유화학ㆍ반도체 산업도 환율에 따른 악재가 불가피하다. 배터리 산업은 수출 위주인 만큼 환율이 오르면 매출이 증가하는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원자재 구입과 해외 설비투자 비용 증가로 재무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특히 배터리 업계는 미국 등 해외에 조단위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투자 비용 지출이 급증할 우려가 커졌다.
정유ㆍ석유화학 업계도 달러 강세에 따른 원유 구입비용 증가 등의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고, 반도체 산업 역시 장비ㆍ원자재 수입 등에 따른 피해가 불가피하다.
경제단체들도 주요 행사를 취소하는 등 비상계엄령에 따른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개최하려던 상법 개정 관련 정책 토론회를 취소했다. 토론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좌장을 맡아 대한상의 측 추천 전문가들과 토론할 예정이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도 이날 여의도 FKI타워에서 진행하려던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과 관련한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주재 기자간담회를 잠정 연기했다.
한형용 기자 je8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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