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문 “‘서울의 겨울’”…쿠데타 시도
한미 관계도 수 년 만에 최대 위기
4일 (현지시간) 미국 CNN 홈페이지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기사가 머릿기사로 소개되고 있다. / CNN 캡처 |
[대한경제=박호수 기자] 지난 3일과 4일, 44년 만의 비상계엄령 선포에 전 국민들이 대혼란에 빠지자 외신들도 한국에 일제히 주목하며 일제히 보도를 쏟아냈다.
3일(현지시간) 영국 주요매체인 일간 가디언은 “윤 대통령의 ‘단명한’ 계엄령 선포는 대통령이 바닥난 인기에 직면한 가운데 실행한 처절한 도박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CNN과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비상계엄 이후 위기에 몰렸던 윤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CNN은 계엄령 선포 배경을 놓고 “김건희 여사의 여러 스캔들 탓”이라며 “낮은 지지율과 허약한 정치 기반으로 윤 대통령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가 몇 주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계엄령의 실패로 탄핵 요구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리 사건을 지휘해 탄핵을 끌어낸 검찰총장으로 이름을 알린 게 윤 대통령이다. 이것이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라고 진단했다. 이 매체는 “윤 대통령의 심야 계엄령 선포는 국내 반대파, 언론, 심지어 보수 정당과의 충돌을 불러일으켰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960~1970년대에 통치한 군부 독재자 박정희의 전술을 연상시킨다”라며 “윤 대통령은 정권을 살리려는 시도를 하는 듯 했지만, 대신 그는 자신의 몰락을 거의 확실하게 만들었다”며 “그가 스스로 사임하지 않으면 국회는 아마도 그를 탄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관영매체인 중국신문은 1979년 12ㆍ12 사태를 그린 영화 ‘서울의 봄’에 빗대어 이번 사건을 ‘쿠데타’에 비유했다. 4일 일본 주요 언론들도 조간신문 1면 기사로 포고령과 국회 군 투입 등 한국의 계엄령 사태를 상세히 다뤘다.
외신들은 이번 계엄령 사태가 한미 관계에 미칠 파장에도 주목했다. 특히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미리 알지 못했다는 점을 두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는 의견이다.
CNN은 미국의 공식 입장이 상당 시간 나오지 않을 것에 대해선 “행정부가 이번 사안이 충격적으로 바라봤기 때문”이라며, 이는 “꽤 비정상적(pretty insane)”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백악관 오전 3시경(현지시간)은 “비상계엄 선포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히며 “우리는 한국에서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상황 전개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한미 관계에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한국의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 평화재단 에반 페이건바움 부회장도 “이번 일은 윤 대통령에게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며 미국도 이번 사안으로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호수 기자 lake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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